바라다르 "최근 날씨로 상황 악화…가난한 국민 잊지말라"
탈레반 과도정부의 부총리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의 '실세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자국 상황을 언급하며 정치적 편견 없는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8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바라다르 부총리는 전날 국영 방송사 RTA를 통해 공개된 영상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라다르 부총리는 현재 아프간의 상황이 심각하다며 "여러 곳의 주민에게는 음식, 거처, 따뜻한 옷, 돈 등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억압적인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아프간에는 일자리를 창출할 인프라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집권한 탈레반의 최고위급 지도자가 자국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국제사회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후 물가 상승, 실업 폭증, 기근 등으로 인해 경제 질서 붕괴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에는 곳곳에서 폭설과 홍수까지 발생하면서 주민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가운데 2천4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조금씩 재개되고 있지만, 아직 아프간의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간 카불에서 아이를 안고 구걸 중인 여성. |
바라다르 부총리는 최근 날씨가 기존 아프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NGO) 그리고 모든 나라는 우리의 가난한 국민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의 원조를 전국에 나눠주는 것과 관련해 탈레반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바라다르는 탈레반 창설자 중 한 명이며 조직 내 공식 서열은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바로 아래 '2인자'다.
지난해 9월 7일 발표된 과도정부 내각에서는 총리 대신 부총리 대행을 맡았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 최고 실세로 여겨진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쫓기던 그는 2010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체포돼 현지 감옥에 갇혔다가 2018년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원하던 미국의 요청으로 풀려났다.
이후 그는 2020년 2월 미국과의 평화협상 타결을 이끌었고 같은 해 9월부터는 아프간 당시 정부와 평화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란, 러시아 등 각국을 누비며 대외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등 탈레반 내에서는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주장하는 '온건 외교파'로 분류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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