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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일문일답] 옷벗기기 게임 ‘와이푸’ 논란···자체등급분류제가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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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로 유통되며 제도 허점 논란

개발사가 앱 내리며 사후조치 불가

게임물위·구글로 비판 화살 쏟아져

1년 100만건···모니터링 인력 한계

"일부 사례 가지고 일희일비 위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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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게임 ‘와이푸-옷을 벗기다’가 15세 이용가로 유통된 탓에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가 도마에 올랐다. 청소년 이용불가여야 할 게임인 데도 제도상 허점 때문에 버젓이 청소년들에게 유통됐다는 비판이다. 와이푸는 이용자가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이기면 옷이 하나씩 벗겨지는 게임이다.

와이푸 개발사인 싱가포르 회사 ‘팔콘 글로벌’은 국내 자체등급분류제에 따라 구글 앱마켓에서 스스로 15세 이용가로 승인받았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국내 등급제를 관할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구글이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등급 재분류 또는 취소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사례를 가지고 자체등급분류제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논란의 와이푸가 어떤 경위로 유통되기 시작해 왜 사후 조치를 받지 않았는지, 자체등급분류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자체등급분류제란 무엇인가.
기존 게임물 등급분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물관리위의 심사를 일일이 받는 것은 급변하는 게임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고 또 위원회가 준행정기관의 성격도 있어 정부의 과도한 사전검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의기능을 일부 민간에 이양하는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2017년 도입(2016년 게임산업법 개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일정 요건을 갖추면 게임물관리위의 심사를 거쳐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10개 업체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임물 등급 분류와 수정신고 수리, 재분류 판단 및 통보 등의 업무를 맡는다. 게임물관리위에서 발간한 ‘2021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총 98만4,834건의 게임물 등급분류가 있었고 이중 자체등급분류사업자들이 처리한 건수가 전체 99%인 98만3,297건에 달했다.



어떻게 ‘와이푸’와 같은 옷벗기기 게임이 유통될 수 있었는지.

자체등급분류제에 따라 와이푸 개발사가 15세 이용가로 앱 등급 설문지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구글이라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 내는 설문으로 이는 국내 게임물관리위를 비롯한 미국, 호주, 유럽 등 각국 등급분류 수행 기관들의 연합체인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의 시스템과 연계돼 있다. IARC와 연동되면 구글은 설문 결과를 해당 국가의 등급분류 기준 및 연령 체계에 맞춰 등급을 나타낸다. 예컨대 구글의 등급 분류는 3세·7세·12세·16세·18세 등으로 나뉘지만 국내 서비스에 적용하면 전체·12세·15세·청소년 이용불가 등으로 맞추는 것이다. 단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처리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에 직접 신청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사전적으로는 개발사가 설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후 모니터링인데 이 과정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물관리위나 구글에서 등급 분류를 취소 또는 수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물관리위 모니터링 인력은 상주 직원 30명을 포함해 주부, 장애인 등으로 꾸린 모니터링단 200명 등 총 230명이 활동하고 있다. 1년에 출시되는 게임만 100만 개에 달하는데 주어진 인력으로 모두 살펴 보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모바일 게임뿐만 아니라 PC게임, 광고 등 전반을 검토하고 때에 따라서는 콘텐츠 하나를 몇 주, 몇 달간 심의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구글은 1,000여 명의 앱 검토 담당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자동화된 보호 시스템을 활용해 악성 앱을 찾아내고 삭제 등 조치를 취한다. 섣불리 판단을 내리고 조치를 취하면 국내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개발사 의견 청취 등 일정 절차를 거치거나 게임물관리위의 결정·통보가 있은 뒤에 최종 결정을 한다. 게임물관리위에 따르면 구글에서만 지난 해 약 23만 건의 자체등급분류가 있었고, 이 중 약 2,000 건에 대해 재분류, 또는 취소 조치가 있었다.

또 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와 구글플레이는 와이푸 관련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처리 방향을 논의 중이었으나 그 사이 개발사가 ‘게시 취소’ 처리를 해 추가 조치를 취할 여지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발사 스스로 앱을 내린 것으로 구글플레이 앱 마켓에서 더이상 검색 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도상 게임물관리위나 구글에서 해당 게임에 대해 별도 처분을 내릴 권한이 없어진다. 이미 사적 공간인 이용자 휴대폰에 설치된 앱을 임의로 통제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부 이용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와이푸가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옷벗기기라는 선정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었지만 노출 수위 등을 따져봤을 때 이견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물관리위의 등급분류 규정에 따르면 선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15세 이용가의 경우 ‘선정적 내용이 있지만 간접적이고 제한된’ 게임에 적용한다. 구체적으로는 △선정적인 신체 노출이 있지만 가슴, 둔부 등 신체부위가 부분적으로만 표현된 경우 △성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영상, 음향, 언어에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경우 △근친상간, 혼음 등 일반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행위표현이 없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반면 청소년 이용불가의 경우 ‘선정적 내용이 표현되어 있으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정도는 아닌’ 게임이다. △성기 등이 완전 노출되지 않은 정도의 선정적인 신체노출이 표현된 경우 △영상에서 성행위를 표현했으나 구체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아닌 경우 △일반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행위표현이 있으나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의 판단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떤 등급이 정확한지는 단언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에서 등급 심사를 하게 될 경우 9명의 위원이 다수결로 투표해 결정한다. 와이푸는 개발사가 게시 취소를 함으로써 위원들이 판단을 내릴 근거가 사라진 상태다.



자체등급분류제를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체등급분류제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 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자율등급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매일 엄청난 양의 콘텐츠들이 쏟아지는데 정부 기관이 모든 등급을 매기는 과거식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해물에 대해 몇 살까지 이용하게 할 지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통념이 다르고 또 기업에서 보는 기준과 사회에서 형성된 공감대가 다를 수 있다”며 “그러한 사례가 쌓인 뒤에 등급분류제를 어떻게 가져갈까 논의해야지 이렇게 케이스가 하나 나올 때마다 제도 자체를 뒤집으려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규제 당국, 사업자, 개발자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며 “사후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이사회 의장인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점이 생기고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의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시스템은 지키되 집행에 있어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물관리위의 모니터링 인력을 늘리는 등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매년 출시되는 게임물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한정 사람을 고용해서 쓸 수도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인지는 의문"이라며 "섣부르게 제도를 뜯어 고친다기 보다는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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