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죽음 각오하고 백신 맞으란 거냐 vs 위중증·사망 예방 효과…사회 안녕 위해 불가피" 방역패스 놓고 공방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원고 측 박주현 변호사가 출석 전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사망할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상반응 신고율도 인플루엔자 등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다. 그런데도 백신을 강제하는 현재의 정책은 죽음을 각오하라는 것이다. 백신이 도움이 된다면 권고를 할 사항이지, 강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원고 측 주장)

"백신은 감염 예방효과 뿐 아니라 위중증이나 사망 예방 효과도 있다. 방역패스는 현재 남은 6% 미접종자의 감염을 억제하고 의료체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권 제약이 고민스럽지만 사회 안녕을 위해 불가피하다.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역당국 측 주장)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7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비롯한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상점이나 마트, 식당, 카페, 영화관, 운동경기장, PC방 등 대부분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의 효력을 다툰다. 앞서 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제기해 지난 4일 일부 인용된 집행정지 사건은 사교육 시설에 한정됐지만 이번 사건은 방역패스 전반을 아우른다. 재판부가 이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대형마트, 식당 등을 포함한 시설 전반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중단된다.

조 교수 등의 법률대리를 맡은 도태우·윤용진 변호사와 정부 측 대리인들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방역패스의 효용성과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두고 세 시간 가량 공방을 벌였다. 정부 측 소송대리인으로는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직접 나와 방역당국 입장을 설명했다.

◆ 원고 측 "방역패스, 효과 미미하고 기본권 침해 심각"


원고 측은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되고 있어 백신의 방어력이 떨어지고,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해도 미접종자가 성인 인구 가운데 6%밖에 남지 않아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자들의 돌파감염 사례도 많아 백신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18세 이상 성인 기준 미접종자 비율이 6%에 불과하기 때문에 방역패스를 통해 미접종자들의 접종을 유도해도 큰 방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은 또 "정부는 백신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1·2차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고 신고된 사례가 1470건에 달한다"며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백신의 예방 효과를 전제해도 미접종자와 접종자를 분리시키는 방역패스는 오히려 미접종자들을 감염에 더 쉽게 노출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정부는 미접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미접종자와 접종자를 분리하는 방역패스를 시행하는데, 미접종자를 보호하려면 접종자 사이에 미접종자가 섞여 집단면역을 이뤄야 한다"며 "방역패스로 공중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된 미접종자들은 집이나 사무실에 모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한번 감염이 이뤄지면 미접종자들은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된다"며 정부 주장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역패스를 고집하는 것은 소수자인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방역패스를 시행한 전례를 만들어서 접종완료자들에게 부스터샷을 맞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미접종자에 대한 식당 출입 제한 등은 거의 주홍글씨와 같은 사회적 수치를 가한다"며 "이는 문명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수치형벌로, 왕따를 넘어 인격적인 낙인을 찍는 것으로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신부 98%가 미접종자인데 이들은 오는 10일부터 마트에서 분유도 살 수 없게 된다"며 "지하철에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데도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데 그보다 비교적 한산한 대형 마트에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 정부 측 "방역패스 효과 있어…기본권 제한도 한시적"


반면 방역당국 측은 "방역패스는 사망 위험을 줄이는 유효한 수단"이라며 "작년 12월 코로나19 유행 확산 때 처음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 결과 일간 7000명을 넘던 확진자 수가 3000명 중반대로 떨어졌고, 일간 위중증 환자도 1000명 중반대였다가 현재 700명대로 줄었다"고 맞섰다.

이어 "기본적으로 감염을 막기 위한 통제다 보니 기본권 제약 문제가 있다"며 "이는 개인의 생명과 안전보호라는 사회안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로서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방역패스도 미접종자가 음성확인서 지참하거나 의학적 사유가 있는 사람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부 측에 "방역패스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정부 측은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게 막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부 측이 백신 접종률 99%가 돼도 의료 체계가 붕괴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던 것과 배치된다고 지적하면서 "전 국민이 다 백신을 맞아도 대유행이 번지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측은 방역패스가 한시적인 조치라고도 강조했다. 정부 측은 "방역패스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이 호전되면 적용 범위를 줄여나가는 한시적인 조치로, 기본권 제한도 계속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방역패스를 제외하면 감염을 막을 뾰족한 수가 남아있지 않다고도 했다. 정부 측은 "방역패스를 중단하면 거리두기라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며 "거리두기는 사적 모임, 운영시간 제한 등 거칠고 큰 조치기 때문에 현재는 방역패스를 시행해 거리두기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 결론까지는 수일 걸릴 듯…사교육 시설 집행정지 사건은 11일 걸려


재판부는 첫 기일인 이날 심문을 종결하고 양측에 추가로 주장할 내용이나 자료를 10일 오후 6시까지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가 서면 제출 시한으로 정한 10일 이후에는 언제든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로 포함한 부분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사건 심문을 지난해 12월 24일에 진행하고 11일만인 지난 4일에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두 사건 모두 근거 없는 기본권 침해, 백신 효력에 대한 의문 등 원고들의 신청 취지는 비슷하다. 다만 앞선 결론을 바탕으로 이날 심문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가령 백신 접종의 효과에 대해 행정8부가 "효과가 미미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피고인 정부는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달리 판단해 기각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고 측이 방역패스 전반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특정 시설에 대해서만 인용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마스크를 항시 쓰고 출입하는 마트 등에 대해서는 신청 인용, 마스크를 벗게 되는 식당과 카페 등 시설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