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 입구에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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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카페, 마트 등에 정부가 적용 중인 방역패스(백신접종·음성확인제) 효력을 유지할지 판단하기 위한 심문이 7일 법정에서 열렸다. 방역패스 효력 정지를 신청한 측은 “방역패스로 코로나19 확산 예방효과는 미미한 반면 기본권 침해 등 명확한 피해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백신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방역패스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의 결정은 이르면 다음 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교원 부장판사)는 이날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식당·카페·대형마트 등 17종에 적용 중인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심문에선 방역패스의 방역 효과와 피해를 쟁점으로 신청인 측과 정부 측이 2시간50분간 공방을 벌였다.
신청인 측은 방역패스 도입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18세 이상 성인 기준 미접종자 비율이 6%에 불과해 방역패스로 백신 접종을 유도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더군다나 접종완료자도 돌파감염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백신 자체의 예방 효과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미접종자는 전체 6%에 불과하지만 지난 8주간 확진자 중 30%, 중환자 중 53%가 미접종자”라고 했다. 또 “예방접종자가 증가함에 따라 확진자 중 예방접종자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전파하는 비율에 비교하면 접종완료자·돌파감염자가 전파하는 비율은 3분의 1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달 6일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5종에서 18종으로 확대하자 유행감소 현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방역패스의 감염 확산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왼쪽)와 변호인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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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로 인한 기본권 침해도 주된 쟁점으로 다뤄졌다. 조 교수는 백신 미접종자의 인턴 합격 취소 사례 등을 예로 들며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학습권, 기본권 등이 크게 침해받는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도 지난 4일 학원과 독서실, 스타디 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백신 미접종자의 학습권, 직업의 자유 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반면 이를 정당화할 정도로 방역패스 처분에 객관적·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복지부 측은 “기본권을 제약하는 한계가 있지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역패스는 한시적 조치인 만큼 기본권 제약 부분을 더 줄여나가며 해결할 것”이라고 맞섰다. 1인 식사를 허용하고, 시설 종사자는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외국에 비해 예외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패스를 중단하면 사실상 가능한 조치는 거리두기 뿐”이라며 “이 경우 기본권 제한이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방역패스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무엇인지’ 정부 측에 집중적으로 물었다. 재판부가 “방역패스를 도입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뭐냐”고 묻자 복지부 측은 “미접종자 자체의 중증 사망을 막고 의료체계 붕괴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재판부가 “백신접종률이 얼마나 돼야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 있냐”고 거듭 묻자 복지부 측은 “99%가 되어도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며 정부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답변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들은 뒤 심문을 이날로 종결했다. 추가로 주장할 내용이나 자료는 오는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는 재판부의 심리를 거쳐 별도의 기일 지정없이 양측에 통보된다. 재판부가 서면 제출 시한으로 정한 10일 이후에는 언제든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결정하면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대부분 시설의 방역패스 적용이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일시 중단된다.
이와 별개로 고3 학생 양대림군 등 시민 1700명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양군을 포함한 학생 450명은 지난달 방역패스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성 여부를 심리 중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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