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스크=AP/뉴시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오른쪽 두번째)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내 친 러시아 무장세력과의 경계 지역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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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측이 미국-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문제 처리와 관련해 EU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통화한 데 이어 오는 10일(현지시간) 양국 외무·국방부 대표단이 회담을 하면서, 유럽을 배제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리는 더 이상 얄타 시대에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무대에서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EU도 중요한 역할이 맡겨진 위치"라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영국 등 강대국에 의해 유럽이 분단됐던 '얄타 회담'에 현 상황을 빗대며 유럽의 발언권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 1945년 2월 미국, 영국, 소련 수뇌부는 흑해 크림반도 얄타에 모여 회담을 열었다. 이 회담에서 연합군이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여 독일의 동서 분할과 비무장화, 폴란드 동부의 소련 병합 등이 결정됐다. 역사는 이 얄타 회담을 미국과 소련이 유럽을 나눠, 동서 냉전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기록한다.
보렐 위원장은 "미국·나토와의 회담은 하루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유럽 지역의 안보를 이야기할 의사가 있다면 좋든 싫든 우리와도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보렐 위원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을 방문중인데, EU 외교관이 동유럽 분쟁 지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미국과 나토에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라고 촉구하면서 러시아가 진정으로 유럽 안보를 논의하려면 EU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EU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0·나토) 간 회담에도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묵살됐다. 러시아가 협상 파트너로 EU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나토의 동진을 막을 법적인 보장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고 군사 행동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거듭 약속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면서 동시에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화상통화에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이달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러시아가 제안한 안보보장안을 두고 첫 실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어 12일에는 나토와 러시아의 협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13일에는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협상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이 배제되는 상황은 EU 회원국 간 분열과 무관치 않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중 21개국이 나토 회원국이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과 관련해 나토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나토에 덜 의존적인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는 나토의 영향력을 줄이고 유럽의 독자적인 국방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EU와 나토의 공동 선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프랑스가 6개월간 EU 의장국을 맡게 돼 더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와 나토의 협력은 2차적인 문제이며, 유럽 자체의 국방 정책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장 전쟁 위협을 받는 동유럽 국가는 느긋한 입장이 아니다. EU의 단결력 부족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서 소외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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