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도 방역패스 도입
종교시설은 적용 예외…모호한 기준에 반발
전문가들 “정부,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지난 5일 서울 신촌의 한 대형 학원에 방역패스 효력정지를 알리는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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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등에 대한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 이후 자영업자 등 줄소송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일관성 없는 기준이 방역패스 정책에 대한 불복종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당·카페에는 방역패스를 의무화하는 반면 수 천명씩 모이는 종교시설은 빠진 것 등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정밀하고 과학적인 기준을 들어 방역패스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시설은 식당·카페를 비롯해 PC방, 영화관, 공연장, 박물관·미술관 등이다. 오는 10일부터는 백화점·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가 도입된다. 하지만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곳도 여전히 많다. 종교시설과 마스크를 잘 쓰지 않고 실내·외 취식이 가능한 워터파크나 키즈파크는 적용 예외 시설이다. 또 PC방과 미술관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만 오락실과 전시회엔 적용하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시설별로 코로나19 위험과 우려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환기가 어려운 실내, 장기간 체류가 가능한 부분, 취식 여부 등도 고려한다”고 설명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방역패스 적용은 시설 운영자·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40대 주부는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에 앞서 종교시설 방역패스를 먼저 적용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지난달 6일 올렸다. 법원이 방역패스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다른 업종에서도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며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반발을 인지하고 있다. 중대본은 오는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방역적 위험성 및 다른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점을 고려해 적용을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미접종자의 생필품 구매 등 기본권 측면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대해선 “(3000㎡ 미만) 동네 일반 슈퍼마켓 등은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체 수단이 있다”고 했다. 교회 등 종교시설 미적용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종교시설에서 예방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70% 예배를 운영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는 방역패스 적용보다 더 강화된 조치”라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종교시설의 경우 마트보다 집단감염 위험이 훨씬 높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날까지 신고된 학원 집단감염은 190건, 독서실은 2건에 그친다. 반면 교회는 2021년 한 해 동안만 233건이다. 지난해 대형마트 집단감염은 19건, 백화점은 12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시설이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빠진 건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 정치적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적용시설을) 지정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감염의 위험을 정부가 제시하고 그걸 근거로 해서 유형을 구분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방역지침을 바꾸니까 늘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종·시설별로 방역패스 적용 여부를 가리는 기준을 방역환경에 맞춰 더 정밀히 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똑같은 식당이라도 테라스에서만 장사하는 식당과 환기가 안 되는 지하에서 장사하는 식당은 방역 환경이 다르다”며 “환기 시설과 정도, 공간의 부피 등을 고려해 방역패스 적용 등급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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