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빗발치던 이준석 사퇴론, 윤석열 ‘대표 역할’ 당부에 ‘일단 멈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종인 ‘정리’ 상황서 당대표 내홍까진 부담 작용한 듯

한겨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선거조직 재편 과정에서 터져나온 ‘이준석 사퇴론’이 5일 잦아들었다. 윤석열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를 선언하며 이 대표에게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지지율 추락으로 후보 자체가 흔들리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까지 ‘정리’된 상황에서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내홍까지 지속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후보 중심 선거조직’이 운용되는 과정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날 오후에 예정됐던 이 대표와 당내 중진 의원들과의 연석회의는 취소됐다. 정진석 의원은 이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윤 후보가 기자회견도 하고 그래서 이 대표와 중진들이 만나는 건 연기하려고 한다”며 “이제 모든 시선이 후보에게 갔기 때문에 후보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께서 대선을 위해서 당대표로서 역할을 잘 하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윤 후보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초선의원들 총회도 열렸지만 이 대표 사퇴는 논의되지 않았다. 총회 뒤 박대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7일 초선 의총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는데 경고성이었다. 앞으로 그런 언행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압박 카드”라며 “오늘은 (사퇴하라는) 그런 말은 없었고 일단 단합해 정권 교체하자는 이야기만 있었다”고 전했다.

윤 후보의 기자회견 뒤 당내 여론이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보다는 갈등 봉합으로 기울면서, 한때 ‘대화합’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선대본부장으로 선임된 권영세 의원과 만난 뒤 “2012년 대선 때도 같이 일해서 신뢰가 있다. 권 본부장이 새로 개편되는 체제 내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권 본부장에게 연습문제를 드렸다. 이걸 어떻게 풀어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신뢰관계나 협력관계를 이뤄낼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 본부장에게 윤 후보의 ‘지하철 출근길 인사’ 등 대중 친화적 행보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 수영 여부에 따라 선대본부와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선거조직) 개편의 방향성은 큰 틀에서 봤을 때는 제가 주장했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며 “(윤 후보가) 2030세대 접근 방식이 다소간의 시행착오, 오류가 있다는 걸 시인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속도감 있고 기대하는 것보다 파격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나간다면 우리 후보가 다시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날 오후 열린 온라인 청년간담회에 윤 후보가 ‘스피커폰’을 통해 청년들을 맞이해 현장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행사를 주최한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민주당이나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청년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혼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윤 후보의 불참에 반발하며 분위기를 흐렸다는 주장이었다. 이 대표는 이 보도를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며 “행사 중에 ‘이준석 계열’ 청년이 들어왔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진짜 환멸을 느낀다”고 적었다. 또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고도 했다. 자신이 제안한 ‘지하철 출근길 인사’가 윤 후보 일정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면서 “3월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내 비토 분위기도 여전하다. 이날 모인 초선 의원들은 사퇴론을 접으면서도 “당내 분란과 해당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봉합’에 동의는 하지만 이 대표의 ‘분열적 돌출행동’에는 언제든 강력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