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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사람人] 이스타항공 품은 30년 건설맨…형남순 회장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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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금 1100억원 제시

우선매수권 획득, 최종인수

3월 국내선, 하반기 국제선

370명 임직원 우선 복직

아시아경제

형남순 성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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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노선을 띄울 수 있다면 올해 총 12대까지 항공기를 늘릴 계획입니다. 6월 말까지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24개의 제주노선 슬롯을 모두 채우고, 7월에는 남은 근로자 370여명의 복직을 완료할 것입니다."

형남순 성정 회장이 5일 아시아경제를 통해 밝힌 이스타항공의 올해 청사진이다. 생사 기로에 선 이스타항공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형 회장의 올해 목표는 이스타항공의 ‘안정적인 재운항’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항공 산업의 변화 속에서 이스타항공이 주요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형 회장의 하루 일과는 국제 정세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스타항공이 이르면 오는 3월 국내선 운항 재개를 목표로 AOC(항공운항증명)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작지만 강한’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최적의 경영 환경을 매일 구상한다.

굴삭기 기사에서 종합건설업체 발돋움
채권단에 '인수파기' 배수진 협상력

형 회장은 1957년생으로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남원농고 재학 시절 굴삭기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1976년 졸업 후 포크레인 기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20대의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은 형 회장은 당시 대전 건설업계에서 이미 유명인사가 됐다고 한다. 형 회장은 자본을 모아 1994년 대국건설산업을 설립,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1997년 토목건축공, 2007년 전기공, 조경공 사업권 등을 줄줄이 취득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건설업체로 발돋움 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충청남도 부여군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현재까지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 산업포장을 수상했고, 같은 해부터 2020년까지 대한건설협회 윤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3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게서 꾸준히 활동해온 형 회장이지만 이스타항공의 인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참여한 성정이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일생일대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성정은 형 회장 오너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 관리 및 부동산임대 전문기업으로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직접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성정은 59억원, 백제컨트리클럽 178억원, 대국건설사업 146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대부분 부채가 적고 지역 내 건실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항공업계는 700억원이 넘는 이스타항공 인수 실탄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우려가 컸다. 실제 2020년 말 기준 성정의 자산 규모는 이스타항공의 약 6분의 1, 매출은 93분의 1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형 회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6월 인수 자금으로 1100억원가량을 제시하며 쌍방울그룹의 광림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매수권을 획득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10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도 일시 지불했다. 형 회장의 뚝심은 이스타항공 인수의 최종 관문인 관계인 집회를 앞두고 드러났다. 그는 채권단과의 최종 줄다리기 협상에서 ‘인수 파기 검토’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협의를 이끌어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국제선 운항 시 최대 12대 항공기 확보
370여명 인력 오는 7월 우선 복직예정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말 기존 최종구 전 대표이사 명의에서 현 김유상 대표이사로 항공운송사업 면허증을 새로 발급 받고 재운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운항을 위한 필수 요소인 AOC 발급도 예상보다 기한이 단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의 AOC 심사는 통상 3개월가량 소요되지만 이스타항공의 경우 과거 10여년 운항 경력이 있어 시설 전문인력, 장비 및 안전 운항 점검 등 주요 항목을 제외하면 일부 심사는 생략될 수 있다. 형 회장은 우선 보유 중인 보잉 737-800 2대를 포함해 이달 중 추가로 1대를 더 도입해 총 3대로 김포∼제주 노선의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대외 환경을 고려해 국제선 운항을 검토 중이다.

정상화 일정에 맞춰 채용 규모도 늘릴 예정이다. 형 회장은 우선 이스타항공 소속으로 남아있는 370여명을 오는 7월까지 우선 복직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 함께 견뎌준 임직원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이후 경영 상황을 고려해 신규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형 회장은 당초 올해 총 10대 규모의 항공기 확보 계획에서 추가로 국제선 운항 시 2대를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신규 인력 200여명의 채용 효과가 발생한다.

형 회장은 "어려운 시기 2년여 동안 이스타항공 근로자연대, 임직원들이 고통과 희생 속에서 묵묵히 함께해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며 그동안 (임직원들이) 받은 물질적, 정신적인 어려움에 보답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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