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것 코트에서 보여준 선수들에게 양손 하트"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코트 안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코트 밖에서 더 분주한 이가 있다. 바로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젊은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35) 감독이 주인공이다.
팔짱을 끼고 근엄하게 코트를 주시하는 다른 팀 사령탑들과 비교하면 틸리카이넨 감독은 활동량 면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잠시도 가만히 서 있는 법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선수 시절 '2개의 심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은 박지성처럼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코트 밖을 부지런히 누빈다.
오죽했으면 배구계에선 그의 활동량을 만보기로 측정해보고 싶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코트에서 넘어진 선수에게 직접 가서 일으켜주고, 교체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하이 파이브 하는 건 기본이다.
랠리가 길어질 때면 공이 이동하는 곳을 따라 사방을 왔다 갔다 하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나오면 '엄지척'과 함께 하트 제스처를 잊지 않는다.
그것도 가볍게 엄지와 검지 끝부분을 교차시켜서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양손의 모든 손가락을 맞대 큰 '양손 하트'를 그린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
지난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만난 그는 '하트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에 "원하던 것을 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여주면 하트를 보낸다"고 웃으며 말했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의 뒤를 이어 대한항공의 8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틸리카이넨 감독은 1987년생으로 V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이다.
산틸리 감독이 다혈질로 불같은 성격이었다면 틸리카이넨 감독은 친구 같은 리더십이 돋보인다.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보지 않고 코트에서 편안하게 자기 기량의 100%를 펼칠 수 있도록 틸리카이넨 감독이 택한 스타일이다.
그는 선수들이 실수했을 때 질책보다는 빨리 잊고 경기에 몰입하도록 파이팅을 불어넣고,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는 하트를 마구 쏜다.
마치 제7의 선수처럼 불꽃 같은 열정으로 코트 밖을 뛰어다니고, 잘했을 때 워낙 리액션이 확실하다 보니 선수들도 뛸 맛이 난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열정 덕분인지 대한항공은 4라운드에 들어선 3일 현재 12승 8패, 승점 36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전날 우리카드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한 뒤 "상대 팀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상대가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했다.
이어 "첫 세트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내가 해결책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2, 3세트에선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승리하지 못했다"고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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