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중서부 헤라트에 사는 여성 아지즈 굴의 남편은 열살 된 딸 칸디를 돈을 받고 팔았다. 오빠와 마을 원로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이 받은 10만 아프가니(약 115만원)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딸의 결혼을 깼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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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가족을 먹여살리겠다며 부모가 어린 딸을 돈 받고 결혼시키는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중순 아프간을 장악해 재집권한 뒤 경제난이 심각해지며 매매혼이 급증했고, 대다수의 여성은 일자리를 잃고 집에만 머무르게 됐다.
지난달 11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성명을 내고 "지참금을 받고 생후 20일 된 여아까지 매매혼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극도로 끔찍한 경제난이 아프간 소녀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프간의 여아 매매혼에 대한 국제단체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는 지난달 3일 "여성은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매매혼 등 강제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어린이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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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시에서 학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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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장 굶어죽을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모가 딸을 팔아넘기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프간 중서부 헤라트에 사는 여성 아지즈 굴은 "남편이 내게 알리지 않고 열 살 된 딸 칸디를 돈을 받고 결혼시키기로 했다"며 "딸을 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결심으로 덤볐다"고 밝혔다.
굴은 자신도 열다섯 살 때 남편에게 시집와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그의 남편은 "가족이 모두 굶을 상황이라 나머지를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굴은 오빠와 마을 원로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이 받은 10만 아프가니(약 115만원)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딸의 결혼을 깼다.
남편은 비난을 피해 집을 나갔고, 굴은 빌린 돈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는 "정말 절망스럽다"며 "내가 갚을 돈을 결국 못구해, 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첫째는 열두 살이고, 여섯째 막내는 이제 생후 2개월인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프간 서부에 사는 하미드 압둘라의 가족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그의 아내는 다섯번째 임신 중인데, 만성질환을 앓아 치료비가 필요하고 식량 살 돈이 없는 상황이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 딸들을 결혼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압둘라는 일곱 살인 첫 딸을 이미 3년 전에 키워서 결혼시키기로 하고 계약금을 받아 썼고, 여섯 살인 둘째 딸의 혼처를 찾고 있다.
주로 딸을 결혼시켜 돈을 마련하지만, 일부는 아들을 내다파는경우까지 있다. 아프간 어린이들은 이같은 매매혼뿐 아니라 영양실조·홍역·소아마비 등 각종 질병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8월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000만명에 달하며, 이중 1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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