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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메타버스 시대①]현실 융합 가상세계…대세일까 거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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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기술개발은 시간문제·블록체인·NFT 기반의 자체 경제체계 구축으로 급성장 전망"
"걸음마 수준 실감 기술 · 기술에 의존하는 소수의 기대 과장돼”
“이용자들이 자발적·주도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생산할 수 있는지가 성공 관건”
뉴시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2021.03.21. (사진 = 워너 브라더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공상과학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작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헤드셋과 수트만 착용하면 아바타로 분해 가상세계 오아시스에서 시간·공간 제약을 뛰어넘어 여행, 게임 등 어떤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진다. 메타버스로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멋진 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가 지난해부터 전세계의 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단순히 가상 홍보관을 만드는 데서 벗어나 핵심 사업 모델을 메타버스에 직접 구현하고 있는 것은 물론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며 메타버스 시장 선점에 손발을 걷어붙였다.

미국 9~12세 어린이의 3분의 2가 이용한다는 메타버스 게임사 로블록스가 지난해 3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이 메타버스 열풍의 신호탄이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글로벌 대표 SNS 기업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버스의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로 기업 미래 주력 사업 방향을 설정한 것도 상징적 사건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메타버스 시장 성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5G, 실감기술 등 기술도 빠르게 진화한 데 따른 것이다.

1980년대 PC통신이 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 인터넷으로 계속 진화했는데, 다음 단계는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편으로는 기술적 미숙에 따른 거품론, 현실세계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한계론 등 과열됐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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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인 '스노 크래시' 번역본 표지 (사진=교보문고 책소개 캡처)



"메타버스의 중심 가상세계 아닌 현실세계와의 연결"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인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아바타가 활동하는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를 표현하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 마피아가 장악한 미국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히로'는 현실 세계에서는 피자 배달부지만 메타버스 안에서는 최고의 전사로 그려진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에 가상·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라는 접두어를 결합한 합성어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현실과 뒤섞인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세계의 집합을 말한다. 한마디로 현실세계를 뛰어넘어 펼쳐지는 초월적 세상으로 번역할 수 있다.

기술이 아니다. 일종의 개념으로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가령 자신의 디지털 캐릭터인 아바타를 조정해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함께 입학식·회의·쇼핑 같은 공동 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식이다.

특히 메타버스의 중심은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와의 연결이다. 기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구분되는 점이다.

게임과도 차별화된다. 사람이 자신의 아바타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비슷하지만 앞으로의 상황과 해야 할 일이 사전에 설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가변적인 개방형 구조라는 점,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 처음으로 리셋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점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강력히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가상공간의 특성상 무한한 확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현실세계를 뛰어넘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각국과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 시장에 선전포고를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기술 진보·코로나19 촉발…MZ세대·빅테크사가 주도


메타버스 개념이 등장한 지 약 30년 만인 최근에서야 전면에 부각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첨단 가상현실 기술, 5G 초고속 이동통신망 등 인프라가 유의미하게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가상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기 위한 기반 기술이 턱없이 부족했으나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통신이 2019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가상융합기술(XR)들이 개발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강제이주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메타버스의 열풍은 MZ세대의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거부감 없이 가상공간을 이용하면서 메타버스를 새로운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MZ세대의 재미난 놀이 문화가 다른 세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한 MZ세대는 '부캐'(부(副)캐릭터·본래 성격과 다른 또 다른 제2의 자아)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 현실세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망 해결의 창구를 찾은 이들은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가상세계로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실물 경제보다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MZ세대는 기성세대가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봐왔지만 정작 자신은 할 수 없는 상실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MZ세대에게 기성세대가 점유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부동산 주식, 예술품 시장과 달리 메타버스는 아직 기득권자가 없는 새로운 기회의 세상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총 상위를 휩쓴 제일 잘 나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경쟁우위 여건도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고 요인으로 꼽힌다. 메타버스에서는 사람들의 무의식이 반영된 신선·행동 등까지도 데이터화 된다. 말그대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 시대의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가 넘치는 곳이다. 그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아 성장했고, 앞으로도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금맥' 메타버스에 '데이터 러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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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022년 가상공간 메타버스가 현실로 다가왔다.당장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을 현장 행사 없이 온라인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으며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는 등 메타버스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1992년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단어다.MZ세대 조자홍(21) 씨와 윤지원(21) 씨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네이버 제페토, SK텔레콤 이프랜드, 스페이셜,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홀로그램 영상과 사람을 다중촬영) 2021.12.31.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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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특별한 연결·몰입·경험으로 세상 판도 바꾼다"


이렇게 메타버스는 세상의 판도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와 다른 아바타가 서로 소통 및 교류 활동을 통해 연결·몰입·경험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데 이런 특별한 경험이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유입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언제 어디서나 함께 일하고 회의하고 쇼핑을 할 수 있는 경험은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종국에는 영화 메트릭스 시리즈나 토탈리콜처럼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가상세계인지 구분 못 하는 경지에 이를 가능성도 그려지고 있다.

실제 메타버스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25년 2800억 달러(약 330조원) 규모로 폭발적인 급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460억 달러와 비교해 6배 이상이다.

메타버스가 가상의 세계지만 서로 간의 만남과 소통을 넘어 서로 간에 경제활동을 주고 받는 세상으로 진화하는 것도 메타버스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로 대체불가토큰(NFT)가 그 주인공이다. 실물 세상이 디지털화됐을 때 여러 편리한 점이 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복사가 쉽게 이뤄져 원본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NFT 기술이 디지털 그림, 음원, 아이템 등에 적용되면서 구매자는 자신이 원본 소유주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거래 시장이 활성화됐다. 더 나아가 메타버스에서의 돈이 현실세계에서도 원활하게 통용될 날도 멀지 않았다. 메타버스 내 자체 경제시스템 구축의 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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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인기가 높은 로블록스 게임은 이용자가 보이스 채탱을 사용하길 원할 경우 당국이 발행한 신분증을 업로드하도록 요구한다. (출처=뉴욕타임스) 2021.10.27.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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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현실을 더 원해...메타버스 평가 과장됐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메타버스보다는 현실을 더 원하는데 가상세계가 현실보다 더 커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기술에 의지하는 삶을 원하는 소수 바람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통용되는 메타버스 개념이 너무 기초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마케팅 용어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순히 디지털 아바타를 이용해 온라인 세계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메타버스라고까지 부르는 것은 과장됐다는 것. 또한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꾸준히 소통하는 세계인데 현재는 대부분 단발성 소통에 그치고 있다.

이용자층도 10대에 편중돼 있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와 제페토의 이용자는 10대가 60~70%를 차지한다. 상당수는 아직도 메타버스 개념조차 모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당장 메타버스 관련 기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3차원 구현이 가능한 XR 기기가 대중화되지 못했고 2차원에 기반한 PC와 스마트폰으로는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 VR 헤드셋 사용 등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장 접근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도 일부 사용에 그치고 있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가 기존 게임이나 채팅에 견줘 더 나은 상호작용이나 몰입감을 제공하는 수준은커녕 기초적인 XR 기술조차 걸음마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또한 메타버스가 완성되려면 단순히 초실감형 기술이 필요한 차원이 아니라 가상과 현실의 접목을 가능하게 만드는 디지털 트윈이나 인공지능(AI),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자체 경제시스템(NFT) 구축까지 IT 전반의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수년내 현실의 몰입감을 돕는 각종 기기의 보급으로 우리 일상 전반을 바꿀 차세대 플새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애플,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은 넥스트 플랫폼인 메타버스 신대륙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이 메타버스 시대에도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높은 콘텐츠와 혁신적인 휴먼 인터렉션 장치의 개발 역량이 동반 상승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사용자가 직접 메타버스 세계에서 콘텐츠 창작자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메타버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어떤 회사도 메타버스를 스스로 구축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사람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2007)라는 저서를 통해 2020년대 후반이 되면 가상현실은 진짜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IT 관계자는 "메타버스와 NFT가 실물경제 비즈니스 가치에 육박할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이용자들이 얼마나 자발적·주도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생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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