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BBC라디오 인터뷰
아프간 붕괴 “미국 탓” 돌려
막대한 돈 챙긴 의혹도 부인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지난 8월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해외로 도주한 것에 대해 “카불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변명했다. 또 그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빼놓고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면서 “아프간을 지워버렸다”고 비판한 뒤 자신은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지 넉 달 만인 30일(현지시간) BBC 라디오4에 출연해 닉 카터 전 영국 참모총장과 인터뷰를 했다. 탈레반은 8월15일 가니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아프간을 떠나면서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그 후 아프간은 탈레반의 공포정치·코로나19·가뭄 등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탈레반의 집권으로 미국이 아프간 정부의 외환 계좌를 동결하면서 아프간은 금융위기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을 떠나는 당일까지도 어디로 떠나게 될지 몰랐다며 항변했다. 원래 탈레반군은 당일 카불에 진입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면서 계획이 급하게 수정됐다는 것이다. 그는 “탈레반의 두 정파가 각자 다른 방향에서 카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 정파 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경우 도시가 파괴되고 500만명의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며 “카불을 구하기 위해선 내가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반탈레반 병력이 주둔해 있던 남동부 코스트주로 도피할 계획이었지만, 코스트주가 탈레반에 함락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어디로 향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떠날 준비를 2분 만에 마쳤다” “비행기가 뜨고 나서야 아프간을 떠난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당시 상황이 매우 급했음을 강조했다. 아내 등 가족은 물론 측근들까지 함께 아프간을 떠난 그는 3일 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프간 내에서는 조국이 대통령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할 때 대통령이 나라를 버리고 떠났다는 여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아프간 붕괴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면서 평화 협상 대신 철수 절차를 밟았고, 그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를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탈레반 포로 수천명을 석방한 것도 결국 탈레반의 정권 장악에 이바지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막대한 돈을 챙겨서 떠났다는 의혹도 강력히 부인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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