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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차기 대선 경쟁

朴 석방에 국민의힘 기대반 불안반…與는 "野분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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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특별사면으로 석방된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의 석방 환영 및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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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0시 특별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여야의 셈법과 시각이 판이하다. '국정농단' 수사의 당사자였던 전직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후보가 돼 있는 역설적 상황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석방된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에 힘을 실어주고,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의 통합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면 여권은 보수 분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가둔 자'(윤 후보)와 '풀어준 자'(문재인 대통령)의 이분법을 부각한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尹 “공직자 신분으로 법 집행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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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 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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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의 ‘친정’격인 국민의힘은 겉으론 덤덤하다. 공식 반응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 24일 선대위 이양수 수석대변인이 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논평이 전부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에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어 펴낸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 최근 출간된 뒤엔 더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윤석열이 조국을 치는 이유가 뭔지 혼란스럽다’는 지지자의 편지에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고 답했다.

조국 전 장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윤 후보에 대한 언급 아니냐"고 알쏭달쏭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또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거나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부패와 더러움에 찌든 삶은 아니었다"며 국정농단 수사나 탄핵에 대해 항변한 대목이 많다.

2017년 10월 국정농단 사건 재판 도중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정해진 결론을 향한 요식행위'라는 생각에 이후부터 재판을 거부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목을 두고 일각에선 '당시 문재인 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31일 충북 단양의 구인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공직자 신분으로 법을 집행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한 분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국민 통합 같은 것들을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엔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는 말을 했다.

윤 후보 측에는 향후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 조심스럽지만 낙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결국엔 정권 교체가 대의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윤 후보를 직접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경우, 과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던 진영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우리공화당 등 박 전 대통령 지지 활동을 지속해온 인사들 사이에서 "윤 후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윤 후보 측에서 꽃다발을 보내더라도 안 받으실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과는 꽤 온도차가 있다.



추미애 “박근혜, 尹 이중적이라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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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를 방문해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살펴본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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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야권 내부의 분열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TK)에서 보수가 분열될 경우 고향이 경북 안동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크진 않겠지만 혹시라도 그렇다면 윤 후보에겐 이로울 것이 없을 것”이라며 “서간집에서도 윤 후보 주변 인물들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내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서간집에서 박 전 대통령은 과거 탄핵에 대해 긍정적 입장에 섰던 권성동·장제원 의원을 비판하는 지지자 편지에 대한 답장에 "거짓말로 속이고 선동한 자들은 누구라도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란 표현을 포함시켰다. 박 전 대통령이 권·장 의원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일각에선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장 두 의원은 국민의힘 내에서도 특히 윤 후보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은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싶더라도 윤 후보를 위해 뛰지는 못할 것”이라며 “친박 지지층 일부는 애초부터 윤 후보를 탐탁지 않아 한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석방 직전에 TK(대구·경북)지역을 일부러 찾아 집토끼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낸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고 했던 윤 후보 발언에 대해 “박근혜씨 측에서 볼 때는 상당히 이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구속했고 집어넣은 사람이고,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으로 풀어준 건 건데 그 이중성에 대해서 신뢰를 할 수 없고, 어떤 말을 하더라도 허언이라고 여길 것”이라면서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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