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수혜 기대…중국, '美 포위망 돌파' 방편 활용 가능성
협상 과정에 동참했던 인도가 중도 이탈해 아세안 10개국과 비(非) 아세안 5개국으로 출범하는 RCEP은 역내 인구가 23억 명, 연간 역내 총생산(GDP)이 세계 전체의 약 30%(26조 달러)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지난 11월 2일까지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고 아세안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한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 10개국에서 먼저 시행되고 비준 절차가 늦어진 한국은 2월 1일부터 합류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나머지 4개국은 국내 비준을 서두르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2012년 11월 협상을 시작해 8년 만인 2020년 11월 타결된 RCEP은 관세 철폐율(품목 수 기준)이 91%다.
2018년 12월 발효해 거의 모든 품목(99%)의 관세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연간 GDP가 총 11조 달러에 5억 인구의 경제권인 CPTPP 회원국은 일본·호주·캐나다·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및 중국과 처음으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으로 인한 실질 GDP 증가 효과가 약 2.7%로, CPTPP(약 1.5%)의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국회가 지난 12월 2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비준 동의안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
닛케이는 농산품과 공업품을 합친 평균 관세율이 한국 13.6%, 중국 7.5%, 베트남 9.5%, 인도네시아 8.1%로 높은 수준이라며 평균 관세율이 높은 나라가 많이 참여해 RCEP의 경제효과가 CPTPP보다 클 것으로 일본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RCEP이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3번째 상대국인 한국과 처음 맺은 FTA라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무관세 품목을 포함한 즉각적인 관세 철폐율은 한국 41%, 중국 25% 수준으로, 발효 시점에서 바로 무관세로 전환되는 품목은 많지 않다.
그러나 향후 10년 정도에 걸쳐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70%가량 품목의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분석에 따르면 RCEP 발효로 역내 무역액은 2%, 약 420억 달러(약 50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경쟁에서 유리해진 역내 국가가 역외 국가로부터 수출 수요를 빼앗아 오는 몫이 250억 달러를 차지하고, 관세 인하에 따른 단순 증가분이 1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별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역내 수출은 2019년과 비교해 5.5%(약 200억 달러) 늘어나고, 한국과 중국의 역내 수출도 2%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
반면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다른 역내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역내 수출이 오히려 줄고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역외국도 RCEP 역내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특히 RCEP으로 자동차 부문의 역내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용 엔진 펌프 일부 제품의 관세율이 협상 당시 3%였으나 RCEP 발효와 동시에 철폐되고, 대부분의 엔진 부품에 최대 8.4%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발효 11년째 또는 16년째까지 없애는 것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자동차용 전자계 부품 및 에어백 등에 붙는 8%의 관세가 10년째 또는 15년째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스가와라 준이치(菅原淳一)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 수석연구원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RCEP 발효로) 한국, 중국, 동남아 등이 같은 법적 틀로 묶이는 효과는 크다"며 통관의 신속화, 세관 절차의 간소화 등으로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깨는 하나의 방편으로 RCEP을 활용하려는 눈치가 엿보인다고 지적한 요미우리신문은 RCEP 발효를 계기로 수출 증대를 꾀하는 일본 일각에선 역내 통상 주도권을 중국이 쥐는 것에 대한 경계감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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