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연장에 자영업자 타격…방역정책 동력 위한 '고육지책' 분석도
與 "여전히 부족" 추경 압박 이어갈듯…대선 앞두고 '방역 민심' 악화 고려
중대본회의에서 발언하는 김부겸 총리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고동욱 조민정 기자 = 정부가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내년 1분기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선지급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타격이 불가피해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급격한 민심 이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온다.
다만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보상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이를 연결고리 삼아 정부를 향해 내년 초에 '신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 |
◇ 심상찮은 자영업자 여론…'선지급' 전격 수용한 정부
애초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주장했던 '손실보상금 선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만 해도 지난 17일 MBC라디오에 나와 "무조건 선지급을 하기에는 재정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 방식을 한번 찾아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연말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는 선지급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금액을 500만원으로 한 것은 올해 3분기 손실보상 평균 액수가 3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 내년 1분기 손실액과 올해 4분기 일부에 대한 손실액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이 선지급 방식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생존의 문제를 내건 자영업자들의 요구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이들의 민심은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고, 정부의 방역조치도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자영업자 '달래기'는 최소한의 정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는 윤호중 원내대표 |
◇ 민주당 "여전히 부족"…'신년 추경' 압박 커질듯
민주당은 이번 조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분기 55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손실보상금 500만원이 선지급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추경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정부가 세울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상보다 큰 500만원의 선보상 금액을 제시했지만,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연장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더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인식이다.
여기에는 대선을 앞두고 '방역 민심'이 더 악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을 기회에 '신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적극 협력해서 선지원이 돼 충분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추경 여부도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역시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2조7천500억원의 기존 예산을 선집행해 55만 소상공인에게 5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 등에서는 불만이 더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 벽두부터 영업제한, 집합금지를 시켜 놓았는데, 두터운 지원을 위한 추경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신년 추경'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손실보상안은 이미 편성된 내년 예산안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선지급 방안을 두고도 "어차피 1분기 손실보상액으로 편성돼 있는 예산을 미리 주겠다는 것 뿐"이람 "추경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발(發) 추경 편성 주장이 계속된다면 결국은 정부 입장에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온다.
이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는 사실상의 '금권선거'가 아니냐는 불만섞인 시각도 나올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야당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많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자영업자를 지원해주겠다는 데에 반대할 경우 여론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야당에서는 정부의 방역 실패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쪽으로 여론전의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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