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야당에 부담 줄 수도
국면 따라 ‘여야 득실’ 달라질 듯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특별사면이 결정된 지난 24일 우리공화당 당원 등이 박씨가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사면 결정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석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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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면 발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씨 사면에 대한 높은 찬성 여론이 정부·여당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박씨 사면이 국민의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향후 어떤 국면과 맞물리느냐에 따라 여야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9~24일 전국 18세 이상 309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0.9%포인트 높아진 41.1%, 부정평가는 1.5%포인트 떨어진 55.3%로 나타났다. 하루 단위로 보면, 박씨 사면 결정이 난 24일 긍정평가는 최고치(43.1%)를, 부정평가는 최저치(54.0%)를 기록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40.4%였던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8.0%에서 39.7%로 상승하면서 격차가 전주 5.7%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좁혀졌다. 하루 단위로 보면, 이 후보는 20~22일 윤 후보를 밑돌았으나, 24일에는 43.3%로 36.9%인 윤 후보를 6.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7.2%, 민주당이 32.7%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유지했지만, 전주 대비 하락 폭이 국민의힘(2.0%포인트 하락)보다 민주당(0.4%포인트 하락)이 작아 격차가 좁혀졌다. 하루 단위로 보면, 24일 국민의힘은 최저치(35.2%)를, 민주당은 최고치(34.6%)를 찍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권역별로는 대구·경북, 연령대별로는 50대에서 가장 크게 상승했다. 모두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집단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24~25일 전국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36.6%)가 윤 후보(27.7%)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박씨 사면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9.8%로, ‘잘못된 결정’ 34.8%에 비해 25.0%포인트 많았다. 대구·경북, 50대 이상에서 박씨 사면을 긍정평가한 비율이 높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4~25일 TBS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박씨 사면에 찬성 57.7%, 반대 31.7%로, 찬성이 26.0%포인트 많았다. 이 조사에서는 이 후보(40.3%→37.6%)와 윤 후보(37.4%→35.8%) 지지율이 전주 대비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문가들은 박씨 사면이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선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으로 문 대통령과 여당이 좀 더 득을 보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31일 출간될 예정인 박 전 대통령 회고록 내용이 또 다시 지지도에 예민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진영 간 갈등인 동시에 진영 내 갈등이라는 복잡성을 띤다”며 “태극기부대가 다시 등장하고 탄핵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강윤 KSOI 소장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향후 어떤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부동산, 코로나19 대응 등을 뛰어넘는 메인 이슈로 대선에 작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촛불정부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시민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오히려 보수 진영 혼란으로 윤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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