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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美 “오미크론에 성탄절 빼앗겨”… 대성당 폐쇄-트리 점등식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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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연말연시]워싱턴-뉴욕 성탄 미사 온라인 진행

실내행사-공연은 대부분 줄취소, 연휴 앞둔 검사소는 북새통

조종사-승무원, 확진-밀접접촉 늘어… 전세계 항공편 7000여편 운항 취소

동아일보

발 못 들이게 된 2021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올해 워싱턴 국립대성당의 오프라인 성탄절 미사는 열리지 않았다. 25일(현지 시간) 바깥에서 본 성당 건물의 전경.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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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두 손에 성경을 든 메건 데이비스 씨(58·여) 부부는 굳게 닫힌 성당 문 앞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에 왔을 땐 보지 못했던 안내문이다.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버지니아 레스턴시에서 1시간가량 차를 몰고 왔다는 데이비스 씨는 “지난주 일요일에도 성당에 왔었는데 이런 안내는 없었다”며 걸음을 돌렸다. 데이비스 씨 부부 말고도 성당 문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돌아서는 가족 단위 신자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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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 없던 2019년 2019년 12월 24일 당시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거행된 성탄 전야 미사에 수많은 사람이 참석한 모습. 아카이브.org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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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국립대성당 크리스마스 예배에는 해마다 1만5000명가량이 모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배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성당 측은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두고 폐쇄를 결정하면서 내년 1월 9일까지 성당 문을 닫기로 했다. 열흘 전만 해도 327명이던 워싱턴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3일 1313명으로 4배가량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국립대성당 최고책임자인 랜돌프 홀러리스 신부는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불행하게도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며 “감염자 급증 속에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성당 폐쇄에 대해 설명했다.

워싱턴의 다른 대형 교회인 내셔널시티교회도 내년 1월 16일까지 대면 예배를 갖지 않기로 했고 24일 하루에만 3만2591명의 감염자가 나온 뉴욕에서도 성요한 성당 등이 성탄 미사를 잇달아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워싱턴 국립극장과 케네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과 쇼가 취소되는 등 빠르게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가 크리스마스 시즌 실내 행사와 공연 상당수를 관객들에게서 빼앗아 갔다.

예정대로 열린 실외 행사들도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1923년 이후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백악관 앞에 설치되는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에도, 미국 국회의사당 앞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도 점등을 앞둔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찾았지만 예년과 같은 인파는 보기 어려웠다. 경찰관 커크 앳킨스 씨는 “도시 전체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다”며 “워싱턴의 크리스마스를 팬데믹이 완전히 바꿔 놨다”고 했다. 한산한 크리스마스 행사장과 달리 코로나19 검사소엔 사람들이 북적였다. 24, 25일 상당수 검사소가 문을 닫으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여행이나 가족 모임을 앞두고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일주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5일 기준 20만1330명으로, 미국에서 이 수치가 20만 명을 넘은 것은 올해 1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최다 확진자 수는 올 1월 11일의 25만1232명이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25일 하루에만 미국 국내선 항공기 957편의 운항이 취소되는 등 23∼26일 나흘간 전 세계에서 7000편이 넘는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휴가 시즌을 맞아 항공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조종사, 승무원, 공항 근무자 등의 감염과 확진자 접촉 사례가 증가하면서 일할 사람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30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된 유나이티드항공은 성명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 급증이 승무원들과 운영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동방항공과 에어차이나는 25일부터 이틀간 전체 항공편의 20% 이상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맞이 행사도 속속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전야제 ‘볼드롭(Ball drop)’ 행사는 5만8000명을 수용하는 관람 구역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가진 1만5000명만 입장하는 것으로 행사를 축소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등은 새해맞이 전야제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25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4611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10만 명을 넘은 프랑스도 매년 상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새해 전야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24일 팬데믹 이후 최다인 12만2186명의 확진자가 나온 영국도 트래펄가 광장의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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