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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저 때문에 너무 어려운 입장이 돼 정말 괴롭습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게 있었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경력 허위기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2일 만이다.
김 씨는 이날 울먹이는 목소리로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 하다”라며 극도로 자세를 낮췄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 달라”고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김 씨가 비공개로 전국 봉사활동을 시작하거나 신년이나 설 계기에 윤 후보와 공개 석상에 등장하는 방안 등이 선대위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씨 “제가 없어져도 좋아…”
이날 검은색 투피스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난 김 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마스크를 벗은 뒤 떨리는 음성으로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A4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긴 머리를 자르고 ‘애교머리’를 없앤 채 단발머리로 나타난 김 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전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했다.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 ‘밥은 먹었냐’ 걱정해주던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 때문에 제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겠다”고 했다. 그는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로 사과를 마쳤다. 김 씨는 이날 ‘윤석열’을 두 차례, ‘남편’을 13차례 언급했다.
김 씨는 이날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시선은 줄곧 아래를 향했다. 사과를 마친 뒤 90도로 다시 허리를 숙였다. 단상에서 내려와 뒤돌아선 뒤 휴지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김 씨 비공개 전국 봉사활동 검토
김 씨는 허위 경력 논란이 윤 후보에 대형 악재가 되자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 씨가) 사과문을 직접 썼고 윤 후보에게도 한 번 읽어봐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사과문에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가정사도 공개했다.
김 씨가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것은 앞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할 경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윤 후보와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선대위는 이날 사과로 한 고비를 넘었다고 보고 배우자팀 구성과 함께 김 씨의 선거 기간 등판 시점, 방식을 조율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씨가) 위축되지 않고 본인의 원래 성격대로 담담하게 선거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석상에 나타나야 하는 일들은 나름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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