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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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특별사면으로 복잡한 대선 과제를 받아 들게 됐다. 사면 결정 이틀이 지난 26일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관련 발언을 자제하면서 대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박씨가 사면 이후 정치적 행보에 나설지, 나선다면 어떤 메시지가 될지에 따라 향후 대선에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박씨 사면을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 명의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두 줄 논평을 냈다. 전날에도 재차 사면 관련 논평들이 나왔지만 ‘박근혜’라는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선 후보도 사면 발표 당일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이후 박씨 사면에 대한 추가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은 주말 사이 이번 사면 정국의 초점을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제외된 데 맞춰 ‘야권 분열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포함된 것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가석방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기도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번 사면에) 보은 사면, 물타기 사면, 선거를 앞둔 야권 갈라치기용 사면이란 평가를 받을 만한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명단에서 빠진 것은 야권분열 노림수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을 염두에 둔 포석의 냄새도 짙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사면 당일 “내가 보기엔 그거(박씨 사면, 이씨 사면 제외) 가지고 갈라치기가 되겠느냐”고 한 것보다 적극적으로 ‘야권 분열 노림수’를 내세운 셈이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대응에는 박씨 사면을 대하는 윤 후보측의 복잡한 셈법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씨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자신의 화두에 비춰 과거를 부인하기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진영 대결 구도가 펼쳐질 대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박씨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은 강경보수층의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오는 29~31일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예전부터 정했던 일정이라 (사면에 맞춰) 기획하고 가는 게 아니다”면서도 “(박씨 사면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는 31일 0시 기점으로 사면된 이후에도 당분간 신병 치료로 병원에 머물며 정치적 메시지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병원에 있는 동안 정치인을 비롯해 어떤 분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선 전에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가 나올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면은 ‘끼워맞추기용’인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정치적 반응 자체를 자제하는 게 낫고 사면 자체가 대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면서 “윤 후보도 차분한 자세를 유지해야지 이에서 벗어난다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인·문광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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