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신, 오미크론 감염 못 막자 접종 필요성 못 느껴
백신 불신하는 공화당 주요 정치인 언행도 영향
금문교 인근서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하는 미 시위대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은 62% 수준으로 정체된 상태다.
부스터샷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지만 아직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3천900만명의 미국 성인 대부분은 여전히 백신 맞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 중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힌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나머지 88%는 백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YT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오히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확신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초기 연구에서 오미크론이 다른 변이에 비해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떨어지고, 기존 백신이 변이의 감염을 막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50%에 불과한 조지아주에 사는 다이앤 퍼트넘은 코로나19에 감염돼 6일간 병원 신세를 졌지만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변이는 내년에도 또 나올 것이고 항상 다른 변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성인 중 약 15%는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심각한 질병이나 사망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한 클리블랜드 지역 병원에선 생명유지장치를 제공하는 병동이 이미 꽉 찬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미국인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NYT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중 한 번이라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율은 91%였지만 공화당 지지자 중에는 그 비율이 60%에 불과했다.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조지아, 아칸소, 알라바마 등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지역의 백신접종 완료율은 50% 내외로 미국 전체 평균(62%)을 크게 하회한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나 주 법무부 장관들은 백신 의무화 조처를 하려는 연방 정부에 대항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맞았다고 밝히면서도 "백신 의무화는 포기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백신 거부자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어리고 정치적으로 공화당 성향이며 백인들이라며, 우익 언론들이 백신 접종에 반대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서 백신 접종을 만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석했다.
FP는 우선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것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손실보다 이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손해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다.
백신을 맞지 않아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백신을 맞아 생기는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여기는 심리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 질병 발생률은 낮아지는데, 자신이 백신 접종이라는 위험을 선택해 질병 발생률을 낮추는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이기심도 한몫한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인데 이를 '보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FP도 미국에선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유력 인사들의 태도가 지지자들에게 백신을 거부하도록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경우 재임 중 백신 접종을 독려했지만 동시에 백신에 대한 의구심도 내비쳤으며 이런 태도가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백신 반대 성향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FP는 설문조사 결과 공화당원들에게 백신 접종이 미국을 돕는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한 뒤 백신 접종 의향을 물었더니 백신 접종 의향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확산 속 미 LA에 설치된 무료 코로나 검사소 |
laecor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