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내년 하반기 '전세대출 절벽' 오나…8월 이후 수요 폭증 예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이미 행사한 가구 전세계약 만료 순차 도래

아파트 보증금 수억원씩 올랐는데 대출관리는 내년이 더 '깐깐'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유아 기자 = 새 임대차법 시행 2년이 지나는 내년 8월 이후 전세대출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급등한 전세금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가계부채 총량규제 탓에 대출 여건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26일 은행권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현재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60조원으로, 2016년 말(36조원) 대비 124조원(344%) 증가했다.

전세대출은 수년간 급증세를 이어온 가운데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급등한 탓에 보증금 상승분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늘어난 가계대출의 39%를 전세대출이 차지할 정도로 전세대출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내년 하반기 이후 전세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의 시행 2년 차가 내년 7월 말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은 전세 기간 만료 시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는 한 차례만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갱신계약 만료 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기존 계약을 갱신한 임차인이 시세 대비 저렴한 전세를 살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갱신 기간 만료 이후 같은 집에서 살기 위해 올려줘야 하는 전셋값은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1월 기준 약 6억3천224만원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인 작년 7월(4억6천458만원) 대비 1억6천766만원 올랐다.

작년 8월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가구가 첫 전세계약을 맺었을 시점인 2018년 8월(4억3천419만원)과 비교하면 1억9천805만원이나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작년 7월 이후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8천530만원에서 11억6천285만원으로 3억7천755만원이나 올랐고, 2018년 8월(7억3천825만원)과 비교해선 4억2천460만원 급등했다.

4년 새 보증금 상승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결국 갱신계약 만료 가구들로선 은행 대출 창구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전세보증금 상승과 별개로 전세대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출자(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전세대출이 빠진 점이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차주 입장에선 총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DSR에 들어가는 다른 대출 수단보다 전세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유인이 큰 대목이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출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반면 대출 공급 여건은 올해보다 더 빠듯하다.

대출 총량규제에 전세대출이 다시 포함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내년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더욱 강도 높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는 4.5% 안팎으로, 이는 대출 규제가 강했던 올해의 연간 목표치(5%)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보증금 상승분보다 전세대출 잔액 증가 폭이 더 크다는 점을 근거로 전세대출도 가계대출 총량 한도 내에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업무계획에서 전세대출 공적보증 과잉의존을 축소하겠다고 밝혀 전세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증기관 의존도를 낮출 경우 결국 대출한도 축소나 대출 거절,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5∼4.3% 수준으로, 최근 몇 달 새 급등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최대 변수는 임대차법 시행 2년차 도래에 따른 전세대출 폭증 가능성"이라며 "보증금 3억원이 갑자기 5억원으로 오른다면 일반 서민 입장에선 대출 외엔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선 전세대출이 빨리 늘어날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대출을 조이면 서민층 세입자가 큰 충격을 받는 만큼 결국 정책당국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규제 예외 적용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에도 일부 은행에서 총량 한도 소진으로 전세대출 취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야기되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총량 관리 대상에서 빼주면서 실수요층의 숨통이 트인 바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총량규제에서 전세대출을 다시 빼준다면 유연성이 생길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일단 가봐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p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