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카페서 "방역지침 거부" 안내문
시 강경 대응에 입장 선회…자영업자들 불만은 여전
영업제한·방역패스 철폐 요구하며 시위 열려
시민 방역 협조 줄면 지자체 부담 더 커져
전문가 "기존 손실보상으로는 도움 느끼기 힘들어"
"폭 넓고 장기적인 재난 지원책 필요"
정부의 카페,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인천 한 대형 카페 안내문.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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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해 정부가 방역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의 운영시간 제한 조치를 거부하고 24시간 영업하겠다는 대형 카페까지 등장했다. 만일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일선에서 근무하는 지방자치단체 인력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
◆"거리두기 방역지침 거부한다" 카페 입장 논란
전국 14곳에 직영점을 운영하는 인천 대형 카페 '더노벰버라운지'는 지난 18일 '본 매장은 앞으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지침에도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날은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가 시행된 날이다.
이 업체는 안내문에서 "저희는 정부의 이번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주 서귀포점을 폐업하게 됐고 지난 1년간 누적적자는 1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어떤 손실보상금도 전혀 받지 못한채 어렵게 운영해오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 그리고 많은 이용을 부탁드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카페 측은 전체 직영점 14곳 중 본사의 운영 강행 방침에 찬성한 5곳과 함께 24시간 영업을 이어갔다. 다만 영업제한만 거부할 뿐, 사적 모임 규제, 방역패스(백신접종·음성확인서) 등은 그대로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는 이 카페 연수구 본점과 송도국제도시 직영점 1곳이 지난 18~19일 이틀에 걸쳐 24시간 영업을 했다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근본적 대안 내놔라" 극에 달한 자영업자들 분노
'운영시간 제한 조치 불복' 사태는 일단락났지만,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노벰버라운지' 측이 24시간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인 당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에서는 "차라리 과태료 내고 영업하는 게 더 싸게 먹힐 듯 합니다. 마음 같아선 동참하고 싶네요",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등 동감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인원 제한으로 들어가지 못한 참가자들이 입장을 요구하며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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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강화된 방역지침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석했다. PC방, 호프집, 공간대여업 등을 중심으로 모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했다.
요구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향후 '추가 단체행동'도 예고했다. 오 회장은 "5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소상공인들의 단결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내년) 1월2일 이후 현재의 방역 방침이 종료되지 않고 연장되면 다시 총궐기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7월에도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전국 규모의 차량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는 천막을 정부 서울청사 인근에 세우고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 10월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인근 세종로공원에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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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 정책이 전환되면서 집단행동을 잠깐 멈췄으나, 재차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다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져 방역에 협조하는 움직임이 줄어들면, 방역망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접 의료진과 협업하고 보건소를 운영하는 등, 방역 일선에서 일하는 지자체 인력들에게 추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정부의 방역조치에 협조해 왔으나, 일부 업체들이 불법 영업을 시도하면서 각 지자체들은 야간 순찰에 인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일례로 지난 7월30일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한 유흥주점이 불법 심야영업을 하다가 경기도 단속반에 적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8월8일 방역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서울시 한강 선상 카페. / 사진=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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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상 카페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클럽처럼 운영되던 곳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몰래 손님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파티를 개최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지난 10월 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번화가와 외국인 밀집 지역 등에서 방역을 위반한 업소 19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지친 일부 업체들이 과태료를 무릅쓰고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일 강화된 방역조치에 불만을 품은 자영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운영시간 제한 조치에 불복하거나 불법 영업을 강행하면, 지자체들은 더욱 많은 감시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방역망 전체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 "기존 손실보상으로는 도움 느끼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달래기 위해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기정 예산, 각종 기금, 예비비 등 기용재원을 총동원해 4조3000억원 규모의 3대 패키지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라며 "올해 말부터 신속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책으로는 업체의 매출감소가 확인되면 매출규모, 방역조치 수준과 무관하게 100만원의 현금을 일괄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여기에는 기존 손실보상을 지급받은 업체 90만곳과, 여행업·공연업 등 손실보상 대상이 아니었던 230만곳도 포함된다.
지난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도청광장 교차로 앞 도로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여당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전을 던지며 손실보상금을 비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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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역패스 적용 확대에 따른 방역물품 비용부담 경감 차원에서 최대 10만원의 현물지원도 추진되며, 향후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보다 두텁게 지원하는 측면에서 관련 근거 규정을 개정해 기존 손실보상 대상이 아니었던 곳도 신규로포함할 것"이라며 "보상산식에 따라 추가적으로 손실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단순한 손실 보상을 넘어 재난에 대한 장기적 지원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보상법의 문제는 손실과 보상의 기준이 애매해 피해액을 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보상액 자체도 도움을 느끼기 힘들 수준으로 적었다는 데 있다"라며 "사실 '손실보상'이라는 표현도 부정확하다. 자영업자에게 재정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손실 전부를 보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난 지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의 사기가 계속 떨어지고 불만이 오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며 "단순한 단기적 현금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 장기 대출, 재교육 지원 등 폭 넓고 장기적인 재난 지원책을 마련해 도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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