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석 경계” “법치주의 무너져”…민주당 내 찬반 의견 엇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면 결정에 대해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사면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 후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후보는 박씨의 사죄를 요구하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면 찬성 여부에 대해 “이미 결정난 사안에 대해 찬반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사면·복권 문제는 형사사법적 문제이고, 국민의 판단과 역사적 판단은 그와 무관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간 사면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본인들의 사과와 잘못에 대해 인정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은데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씨 사면 발표 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이 있긴 한데,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말씀드리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씨 사면에 대해 친문재인 지지자들을 의식해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말바꾸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박씨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절충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본부장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된 이번 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므로 민주당은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대통령 사면은 건강 악화에 따른 인도적 배려의 결과로 보는 게 맞다”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원식 의원은 “사면·복권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며 “한명숙 전 총리 복권에 박 전 대통령을 끼워넣었다는 야당의 허무맹랑한 말이나 들어야 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안민석 의원도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전 대통령이라고 쉽게 감옥을 나온다면 법치주의 근간은 무너지게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박씨 사면 결정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어도 청와대가 여당 내 의견을 수렴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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