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촛불을 들었던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2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면 소식을 전해 들은 방종훈씨(63)는 ‘슬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방씨는 세월호참사 당시 진상 규명 집회에 수차례 참석했다.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광장을 지켰다. 안산 단원고에서 팽목항까지 걷는 도보행진에서도 유가족 곁을 지켰다. 방씨는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촛불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실상 (세월호)진상은 밝혀진 게 없다”며 “눈가리고 아웅으로 세월호를 넘기고 이제 사면까지 된다니 슬픈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5년 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하나같이 ‘배신감’을 토로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대학생으로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A씨(26·서울 종로구)는 “집회에서 가장 크게 울러 퍼졌던 것은 박근혜 탄핵과 처벌이었는데, 결국엔 사면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카드로 기존의 모든 가치들을 다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다”며 “배신감과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는 B씨(51)는 박씨의 사면에 대해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배신한 것이고 이제는 투표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사면 관련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촛불을 들었던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2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면 소식을 전해 들은 방종훈씨(63)는 ‘슬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방씨는 세월호참사 당시 진상 규명 집회에 수차례 참석했다.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광장을 지켰다. 안산 단원고에서 팽목항까지 걷는 도보행진에서도 유가족 곁을 지켰다. 방씨는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촛불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실상 (세월호)진상은 밝혀진 게 없다”며 “눈가리고 아웅으로 세월호를 넘기고 이제 사면까지 된다니 슬픈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5년 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하나같이 ‘배신감’을 토로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대학생으로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A씨(26·서울 종로구)는 “집회에서 가장 크게 울러 퍼졌던 것은 박근혜 탄핵과 처벌이었는데, 결국엔 사면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카드로 기존의 모든 가치들을 다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다”며 “배신감과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는 B씨(51)는 박씨의 사면에 대해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배신한 것이고 이제는 투표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촛불 정부의 배신’이라며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라고 규탄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국가 컨트롤타워의 부재, 청와대의 직무유기와 관련해서 박근혜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처벌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단행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현재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해 사법부의 판결을 형해화하는 것은 위헌적인 조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성명서를 통해 “적폐의 주범을 사면하며 촛불혁명을 배신하는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다”고 했다.
급작스레 사면을 단행하는 등 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변은 “박근혜의 건강이 문제가 됐다면,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구속집행정지나 가석방을 검토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지위를 남용해 독재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 화합 차원에서 잘한 선택이라는 시각과 동정론도 있었다. 충북에 사는 오교성씨(60)는 “(박씨는) 부모가 총 맞아서 죽고 힘들게 자라서 국민께 다시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했는데 하다 보니까 사리분별력이 떨어진 게 아니겠냐. 국민 화합 차원에서 사면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택시기사 양두인씨(76)는 “전두환 같은 사람도 1년 감옥에 살고 나왔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했다. 진작에 사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홍배씨(51)도 “사면이 돼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지 않냐. 굳이 그런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세워 감옥에 넣어놓는다는 건 잘못됐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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