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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尹이 가둔 朴, 우리가 풀었다" 이재명과 與의 사면 계산법 [박근혜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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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국방 정책 공약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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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식입장은 의례적이고 원론적인 톤이었다. 그는 조승래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면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이날 이 후보의 일관된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국방 공약 발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구체적 사면권 행사 부분은 공지된 제 입장이 있으니 그 부분을 참고해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기자들의 질문에 부연설명이 길었던 평소의 다변가적 면모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보다 앞서 출연한 아침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저도 사실 오면서 기사 보면서 약간 좀…”이라며 “지금 제가 상황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말씀드리기가 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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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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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해왔다. 사흘전인 21일 언론인터뷰에서도 "본인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본인들의 사과와 잘못에 대해 인정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랬던 이 후보가 말을 아낀 건 문 대통령의 결단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여론이 첨예하게 맞부딪힐 사면의 후폭풍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뜻은 존중하지만, 여론 향배를 선뜻 거론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이 후보는 당분간 차분하게 갈 것”이라고 했다. 향후에도 관련 메시지 발신엔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이다.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송영길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이다.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는 60자가량의 짧은 입장만 냈다.

또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 사전 조율은 없었다”는 입장을 이 후보와 당 지도부가 유달리 강조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최고위층간 조율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지만, 이 후보와 같은 이유로 이번 사면을 '100% 문 대통령의 영역'으로 묶어두는 모양새다. 당 내에서 “국민을 납득시킬 의무도 현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 사면 관련 후폭풍과 책임이 모두 청와대 소관”(재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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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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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측이 주시하는 건 사면이 대선국면에 미칠 파장이다. 일단 "이 후보에겐 별로 불리할 게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선 "자중지란 중인 국민의힘 선대위와 윤석열 후보에 실망감을 느끼는 중도·보수 표심을 일부 흡수할 전기가 마련됐다"거나 "이 후보가 짊어져야할 '국민통합'의 짐을 대통령이 많이 덜어줬다"는 말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누구보다 불편해진 사람은 윤석열 후보 아니겠냐”면서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데려다놓은 후보가 됐고, 우리 진영은 그를 감옥에서 석방시킨 진영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간 악연이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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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2.24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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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사면에 반대해온 여권 강성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나. 우리가 겨울 광장에서 왜 촛불을 들었느냐”(안민석 의원),“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김용민 의원) 등의 반발이 나왔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그렇다고 강성 지지층의 표심이 윤 후보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략통으로 꼽히는 선대위 소속 의원은 “아직 이번 사면이 선거에 미칠 득실 계산을 할 수 없는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 후보자별 입장 joongang.co.kr/election2022/issues

심새롬·김효성·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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