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각본 없는 드라마인 줄 알았더니 각본이 있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득점 순서를 편집으로 조작하며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24일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약칭 골때녀)'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골때녀' 25회에서 편집으로 득점 순서를 바꿨기 때문이다.
논란은 방송 직후 축구와 프로그램 관련 커뮤니티들에서 시작됐다. 디시인사이드 '골때녀' 갤러리와 에펨코리아 등에서 '골때녀' 25회 속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의 대결 중 골 득점 순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날 방송에서 구척장신은 신생팀 원더우먼을 상대로 전반전에서 3대 0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어 후반전에서는 원더우먼이 2대 3까지 추격했으나, 결국 구척장신이 6대 3으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득점 후 일부 장면들에서 벤치 위 물병 수, 관전하는 다른 출연자들의 좌석 위치 등을 언급하며 방송의 득점 순서가 매끄럽지 않다고 봤다. 이에 전반전에서만 구척장신이 5대 0을 기록하고 후반전에서 원더우먼이 3골을 넣었으나 결국 6대 3으로 패배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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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화면을 동반한 의혹글은 빠르게 확산됐고 동시에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골때녀'가 평소 두터운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제의 프로그램인 만큼 의혹의 확산 속도도 빨랐고 비판 강도도 거셌다. 급기야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골때녀' 제작진이 24일 논란을 인정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골때녀'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라고 인정했다.
'골때녀' 측은 "저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자 일각에서는 이전 방송들에 대해서도 순서 조작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비판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큰 사랑을 받던 프로그램인 만큼 신뢰가 깨진 것에 대한 배신감도 크게 돌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바. 그 안에는 짜여진 각본을 뛰어넘는 재미와 생생한 경기에서 나오는 고양감의 매력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깔려있다. 이에 실제 현실 스포츠에서도 '승부 조작'이 일어날 경우 많은 스포츠 팬들이 큰 실망감을 표현하며 종목 자체의 존폐까지 거론할 정도다.
비록 '골때녀'가 경기 승부를 조작하진 않았다고 하나 득점 순서를 바꾼 것에 대해 시청자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골때녀'의 순서 조작이라는 악몽, 과연 제작진은 이 악몽에서 깰 수 있을까. 방법은 결국 절실히 깨달았다는 진정성 회복에 달렸다.
/ monamie@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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