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3년 만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또 다시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 적자가 커질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돼 대출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4700억원 삭감하기로 결정하자 카드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마저 인하돼 안타깝다”면서 “카드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의 결제 시장 진출, 한국은행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카드론 규제, 카드 수수료 인하까지 내년에는 악재들만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날 카드 수수료 인하 결정은 예견된 일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아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3년마다 적격 비용을 따져 가맹점 수수료를 결정하는 현행 재산정 체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2012년 이후 세 차례 재산정에서 매번 카드 수수료가 인하됐다.
카드사들이 올해 좋은 실적을 올린 것도 수수료 인하의 근거가 됐다. 8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비씨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2.2% 늘어난 2조226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순이익(2조607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매출이 발생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여서 추가 인하 여력이 바닥났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어렵게 원가를 절감하면 정부가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며 또 다시 수수료를 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결국 혜택이 좋은 카드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 등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는 신용판매 부문 적자를 카드론 등의 이익으로 메꿔왔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는 정부 가계대출 관리의 일환으로 차주별 총부채상환비율(DSR) 산정시 카드론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카드사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카드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 진행 이후 추가적인 희망퇴직 문의가 있었고 내년 악화가 예상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B국민카드는 지난달 1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카드업계는 3년 주기 수수료 재산정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카드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겸영·부수업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카드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만 논의과정에서 카드업계와 카드 노동자들의 현실이 일정 부분 감안된 것은 다행이며 제도 개선 TF 구성 및 운영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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