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등으로 일부 지역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0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다. 중앙포토 |
정부의 초미세먼지(PM 2.5) 저감 정책이 최근 몇 년간 실제로 농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은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선박 연료유 규제 정책 등을 초미세먼지가 줄어든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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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 농도, 2014년 대비 43% 감소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2020년도 초미세먼지 농도 및 배출변화 특성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는 백령도, 수도권(서울), 중부권(대전), 호남권(광주), 영남권(울산), 제주도 등 6개 대기환경연구소에서 정밀 측정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4년 최고 수준을 보인 이후 감소 추세를 보였고,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4년 농도가 38.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중부권의 경우 2018년과 지난해 각각 22.9, 21.9㎍/㎥로 내려갔다. 6년 새 초미세먼지 농도가 약 43% 감소한 것이다.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2014년 37.3㎍/㎥에서 지난해 21.6㎍/㎥로 떨어졌다. 호남권‧영남권‧제주도도 2014년 33.1, 26.1, 19.7㎍/㎥에서 지난해 21.3, 13.4, 8.9㎍/㎥로 꾸준히 줄었다.
다만 2019년엔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에서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 초미세먼지 2차 생성 물질인 황산염, 질산염, 유기탄소의 농도가 올라가는 현상도 대부분 지역에서 관찰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해 대기가 정체되는 날이 많았던 등의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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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줄었다
초미세먼지 감소 요인을 세부적으로 따져보니 화석연료 연소 시 직접 배출되는 주요 오염 물질인 '원소탄소'가 수년 동안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질은 자동차 등에서 많이 나오는 편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원소탄소와 함께 출퇴근 시간 발생하는 100㎚(나노미터) 이하 입자 개수가 뚜렷하게 줄었다. 머리카락 굵기 500분의 1 이하인 해당 입자는 주로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지난해 수도권의 100㎚ 이하 입자 개수는 2018년 대비 26.8%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9.7% 감소한 백령도보다 훨씬 큰 편이다.
실제로 수도권 내 5등급 노후 차량 대수는 2018년 말 93만여 대에서 지난해 말 55만여 대로 41% 감소했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다른 지역보다 매우 작은 입자의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자동차 발(發) 초미세먼지가 뚜렷하게 감소한 건 경유차 대책 등 정부의 저감 정책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3월 서울 양천구 궁동터널 인근에서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
초미세먼지가 감소한 또 다른 이유로는 선박 연료유 기준 강화가 꼽혔다. 해상에서 불어오는 초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인 바나듐과 니켈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진에 따르면 바나듐과 니켈의 지난해 농도는 2018년 대비 각각 83.8~93.4%, 35.3~63.3%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에는 해마다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수치다.
두 물질은 선박 연료로 쓰는 중유를 연소할 때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미량 성분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선박 연료유 내 황 함량을 낮추는 규제를 시행했고, 이것이 바다에서 넘어오는 초미세먼지 감축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은해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장기간·고해상도 분석을 통해 정부 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차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를 비롯해 향후 추가 저감에 필요한 과학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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