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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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 금일 광화문 시위 갑니다.’ 충북 청주시에서 곱창집을 하는 김모씨(47)는 22일 하루 장사를 접고 서울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에 갔다. 불 꺼진 가게에는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반발해 자영업자들이 연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김씨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버틸힘도 없다. ‘위드 코로나’가 끝나고 매출이 다시 70~80% 줄었다. 밤 9시 영업시간 제한은 곱창과 술을 파는 가게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방침과 영업제한 규제 조치에 반대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결의대회에는 집회·시위 제한 인원인 299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방역패스 철회, 백신접종 완료자 대상 영업시간 제한 철폐, 손실보상금 확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반대 등을 요구하며 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조지현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작년 3월 이후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행정명령이 거의 2년 동안 이어졌다. 집합금지와 인원 제한으로 자영업자의 손실은 누적될 만큼 누적됐다”며 “일방적인 희생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더 이상 빚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 방역 지침은 2~3일만에 결정하면서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몇 개월 걸린다”며 “재정당국은 더 신속하게 손실보상을 하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저마다 집회에 나온 사연이 있었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준영씨(46)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르바이트생을 새로 뽑았는데 첫 출근 날 거리 두기 강화가 발표돼 채용을 취소해야 했다”고 했다. 올해 4월까지 서울 중랑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했던 김성완씨(54)는 “장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가게를 이미 닫았지만 너무 억울해서 나왔다”며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그에 맞는 보상이 필요한데 지난해 나온 재난지원금은 공과금도 안 되는 돈이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전 제주도지사),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성만 의원이 단상에 올라 “코로나19에도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소상공인 여러분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하자 곳곳에서 “웃기지 마라” “내려 와라” 등의 아유가 터져나왔다.
충북 청주시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장사를 접었다. 가게에는 ‘너무 힘들어 금일 광화문 시위 갑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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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석 인원은 299명으로 제한됐지만 현장에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뒤늦게 도착해 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은 “우리도 자영업자다. 우리도 들어가게 해달라”며 항의했다. 주최 측은 질서유지 요원 30명을 배치해 QR 체크와 접종 여부 확인, 발열 점검 등을 했다. 방역패스 의무화 조치의 철회를 주장하는 집회마저 방역패스를 지닌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역설이 ‘감염병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전국의 식당·카페의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사적모임 규모는 4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가 식당·카페를 이용하려면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방역 상황이 엄중해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다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과 정부가 단기 대책을 비롯해 충분한 손실보상을 위해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지원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치권의 발언에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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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영·민서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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