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부인 표현 쓰지 말자, 靑 2부속실도 폐지…등판 계획 처음부터 없었다"
'허위 경력' 논란 확산에 등판 전략 수정…'美 질 바이든'처럼 전통적 부인상 탈피도 검토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김 대표 인스타그램) 2019.7.25/뉴스1 |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씨를 정치와 분리하기 시작했다. '영부인'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당선되면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김건희씨의 공개적인 대외활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김씨가 선거 무대에 등판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공개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내 처는 정치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며 "(선거 중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아예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 후보는 "나도 모르겠다. 필요하면 나올 수 있지만, 봉사 활동을 한다면 그에 대한 소감이 아니라 (자신의) 사건을 물을 게 뻔한데 본인이 그걸 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부인이 선거 기간 내내 공개 활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달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선출된 직후 인터뷰에서 김씨의 역할에 대해 "본선에서는 후보 부인으로서 국민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공식 활동을 예고한 바 있다.
이달 들어선 기자들 질문에 몇 차례 "적절한 시점에 활동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는데,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이 불거진 최근 들어 등판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사례를 인용하며 김씨의 대외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배우자가 같이 나와서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1987년 첫 직선제 당시 노태우 후보 부인은 공식적으로 밖에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당시 이런 김 위원장 언급에 "남편의 정치 활동에 동참을 해서 공개 활동을 열심히 하신 분도 있고, 조용히 가족으로서 역할 하신 분들도 있고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동의의 뜻을 나타냈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김건희 등판론'에 선을 긋자, 당도 전략 수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양금희 의원을 중심으로 소속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부인들이 참여하는 '배우자포럼'을 추진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김씨의 언론 접촉과 대외 활동 준비를 지원하는 '배우자팀' 신설을 검토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김씨는 영부인 직위를 받지 않고 본업을 이어가는 '질 바이든 모델'도 거론된다. 전통적인 영부인상을 탈피, 특혜를 거부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해 신선한 충격과 담론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허위 경력 의혹에 쏠린 여론의 눈길을 다른 이슈로 돌리겠다는 속내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제2부속실에 대해서도 "폐지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부인의 역할론에 대한 선대위 내부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씨가 각종 의혹과 논란에 둘러싸인 탓에 이미 전통적인 영부인상과 거리가 멀어졌다"며 "선대위 내부에서도 김씨의 등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고, 건의가 (후보에게)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이 반감을 갖는 영부인보다는 오히려 미국 질 바이든 여사처럼 당선 후에도 배우자는 자신의 업을 계속하는 '전통적 영부인상'을 깨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며 "김씨에 대한 이슈를 반전시키면 그 자체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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