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대구 경대병원역 사거리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피켓을 걸고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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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사흘째 대구에 머물며 대구·경북(TK)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가 네거티브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안 후보가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에 공을 들이자 “연말연시에 지지율 반전을 위한 전략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박4일 대구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안 후보는 사흘째인 21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을 찾아 조환길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에서 “지금 우리나라 시대정신이 국민 통합”이라며 “후보들끼리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과 정책 경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도박’ 논란과 ‘배우자 허위 경력’ 논란에 각각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정치권이) 목적 자체를 잊어버리고, 권력 쟁취에만 목적을 두는 등 우리나라야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대구 방문 내내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첫날인 지난 19일 전태일 생가를 찾아 “제가 대구를 먼저 온 것은 국민 통합을 위해서다. 국민 통합의 마음을 대구 시민들로부터 듣고 싶었다”고 말했고, 둘째날인 지난 20일에는 경대병원역 사거리에서 ‘박근혜·이명박 전직 대통령 석방하라’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건 채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했다. 같은 날 오후 대구상공회의소 기자회견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 분열로 치닫는 대선판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국민 통합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며 “두 분(이·박 전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상 형집행정지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대구 중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국민의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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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조 대주교를 예방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대구 중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아 의료 봉사에 나섰다. 의사 출신인 안 후보는 코로나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3월 대구 지역에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졌을 때 김 교수와 함께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 봉사를 했었다. 당시 봉사 활동을 한 뒤 방호복을 벗자 땀에 흠뻑 젖은 의료복 차림의 안 후보가 카메라에 잡혔고 온라인에선 “멋있다”는 찬사가 쏟아졌었다.
지난해 4월 다시 봉사를 한 뒤 이날 다시 대구에서 의료 봉사에 나선 안 후보는 “벌써 2년이나 대한민국이 고생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작은 힘이라도 모아서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난 여름부터 거의 반 년 이상 의료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었고, 이번에도 대구에 함께 와 봉사를 하기로 했다”며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덧붙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미경 교수는 올해 여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종로보건소에서 코로나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3월 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진료를 마친 뒤 나오는 모습. 의료복이 땀에 흠뻑 젖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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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빈틈을 파고드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요구는 이·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윤 후보의 경우 두 전직 대통령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이 후보의 경우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경우 지난 1월 사면론을 꺼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히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혼란을 겪었다. 그럼 만큼 두 후보에게 껄끄러운 주제를 안 후보가 두 전직 대통령의 고향인 TK를 찾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 출신인 안 후보가 코로나 봉사에 나서며 ‘국민 안전’을 챙기려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로 볼 수 있다. 안 후보는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그러지 않느냐”며 “대한민국 생존 전략이 대선의 제일 중요한 주제인데, 지금 서로 네거티브를 하면서 ‘상대방이 저렇게 나쁜 사람인데 뽑을 수 있겠냐’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네거티브 경쟁 중인 두 후보와 달리 “의사 출신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홍경희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나칠 정도로 네거티브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점점 부동층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가 정책이나 비전 중심으로 부동층에게 어필하다 보면 지지율의 변곡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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