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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차별금지법 찬성' 신지예 “국민의힘은 적어도 입장 바꾼 건 아니다" [스팟+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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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있게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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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이 21일 “바늘만큼만 나와 같은 지점이 있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게 내 정치적인 신념을 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99%가 달라도 1%가 같으면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내게 그 1%는 여성 정책”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페미니스트와 제3지대 운동을 내걸고 정치 행보를 해 온 인물이다. 전날 국민의힘 새시대위에 깜짝 합류하면서 제3지대와 국민의힘 양쪽에서 논란이 일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양당 후보 중심의 대선) 구도를 바꾸지 못한 가운데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민주당이라는) 2차 가해 집단이 재창출돼선 안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국민의힘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윤 후보를 가르치려 합류하는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을 강요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여성 대상 폭력과 여성 안전 문제를 내부에서 끊임없이 얘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간 입법을 강하게 주장해 온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입법 미비는) 민주당 탓”이라며 “(적어도) 국민의힘은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했다. 함께 정치활동을 해왔던 이들에겐 “나와 지금 있는 곳이 다르더라도 꿈은 같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시대위 합류 결심은 언제했나.

“지난 주말에 윤 후보를 만나고 결심했다. 한 2주 전부터 몇 차례에 걸쳐 김한길 위원장에게 합류 제안을 받았는데, 진보에서 활동한 정치인으로서 윤 후보를 TV에서 보며 우려가 많아 한번 직접 뵙고 싶다고 했다. 만나보니 TV에서 비친 모습과 다르더라. 내가 편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난 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했나.

“한 시간 정도 만났는데, 당시 자리에서 내 목표는 약속을 받는 것이었다. 정치인의 자리라는 게 권력이 오가는 곳인 만큼 마음이 흔들리기 쉽지 않나.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느냐고 여쭙고 약속 받았다. 여성의 안전, 특히 폭력, 스토킹, 2차 가해와 관련해서 아무래도 윤 후보가 검사 출신이다 보니 더 잘 알고 계셨다. 그런 범죄를 막아야 한다, 시민들의 자유와 안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더라.”

-꾸준히 양당 체제를 비판하고 제3지대를 이야기했는데, 생각이 바뀐 이유는.

“지난 10월부터 대선전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대선 구도를 바꾸기 위해 다각도로 활동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가 강력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저의 역량이 부족해서이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얼마 안남았잖나. 3월9일이라는 대선 일정은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고, 구도를 바꾸지 못한 가운데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들의 상습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고,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성폭력 사건, 조국과 윤미향, LH 사건 등을 보면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극치였다. 그런 정권이 재연장되는 건 피해자들을 사지에 내모는 일이라 생각했다. 범죄집단에 면죄부를 주는 거라 생각했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여성을 향한 정치권 전체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봤다. 절대로 2차 가해 집단이 재창출돼선 안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여성 안전이란 가치를 이재명 후보는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 보나.

“절대 못한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 때 민주당이 장례를 치르는 걸 보며 깜짝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당헌·당규를 손바닥 뒤집듯 해서는 (서울시장) 후보자를 내고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했다. 우상호 의원이 후보로 나와서 하는 말도 끔찍한 2차 가해였다. 거기에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지 않았나. 아직도 피해자는 숨죽여 살고 있는데. 안희정, 오거돈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여성폭력방지법을 보면 2차 가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잖나. 거기서 어떻게 국민들이 안전하다는 마음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 정치인조차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정치적 신념이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를 통해 모두 반영되진 않더라도, 적어도 2차 가해가 정당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성매매가 별 것 아닌 일로 치부되고, 성폭력 사건이 비일비재 발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내 가장 큰 목표이다.”

-이재명 후보 자체보다 민주당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가.

“반대가 있더라도 ‘이것이 옳다’ 말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 후보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때도, 그 후에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어떤 의지를 밝혔나. 오히려 이재명 선대위에는 박원순 때 한 자리 했던 사람이 들어가 있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피해자가 어떻게 살겠나. 여성인권 차원에서 보면 매우 문제적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1~2년 전에 성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는 걸, (민주당이) 그런 집단이라는 걸 유권자들이 마음에 각인해야한다.”

-‘이재명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 판단 기준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나.

“그래서 윤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 아니다. 행보를 살펴보기 시작한 계기라는 뜻이다. 나도 그렇고, 많은 국민이 윤 후보에 대해 우려하는 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어찌 됐든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줬다. 양자택일 선거가 다가온 상황에서 정책을 지켜줄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도덕적인 윤리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그런 기본적인 걸 봐야한다. 윤 후보는 그 점에서 (이 후보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그리고 그 분은 경청을 하더라. 정치적 리더는 비전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정해나가는 유연함도 중요하다. 윤 후보는 유연함을 가진 듯했다. 이미 답 정해진 정책을 밀고나가는 것이 아니라. n번방 방지법 관련해서도 그렇고, 다른 여성정책에 대해서도 ‘그런 점이 있었냐. 꼼꼼하게 살펴 보겠다’고 했다. 이분이라면 말씀드리고, 옆에서 도움드리고 싶었다.”

-왜 심상정, 안철수는 대안이 못됐나.

“나는 두 분에게 연정을 제일 먼저 제안드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 구도 자체가, 각 후보자가 만들 수 없는 구도이다. 두 후보 모두 양당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큰 잠재력 가지셨지만 지금 있는 대선의 일정상으로는 당선이 두분 다 불가능하다. 당선 불가능한 후보가 있고, 나머지 가능성 있는 후보 중 한 후보와 정당이 너무 심각한 결격사유를 가졌다면 나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봤다. 정치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에서 반보씩 앞으로 나아가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내 노선과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후보 곁에서 응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은 대한 여성들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이다.”

-어제 전화나 문자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개인 연락은 응원문자가 더 많았다. 젊은 층에서 ‘내가 민주당을 마음놓고 지지할 수가 없다’, ‘기존에 있었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예를들면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 이런 것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 용기있는 선택이었다’ 응원해주신 분이 있었다. ‘논의 없이 너무 쉽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일부 욕설도 있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비판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 지지가 ‘대깨’를 만들었지 않나. 정치인이 잘못 선택하는 것 같으면 지지자나 유권자는 비판을 해야 한다. 그냥 마음 속에 다 담고 가려 한다. 다만 나는 내가 아직까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제가 가진 생각들, 제3지대판, 여성안전문제, 정권교체라는 일생일대의 목표를 여성의 입장에서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고민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이게 왜 대안인지 보여드리면 아직 선택하지 못한 부동층,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분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경향신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7월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가 발언하고 있다. 그는 20일 단체 대표직을 사임하고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수석 부위원장 자격으로 합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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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의 ‘제지’ 발언도 있고, 원하는 바를 구현하지 못할 수 있지 않나.

“이 대표가 뒤에 한 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제지하겠지만’ 뒤에 ‘하지만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대선이라는 게 진보를 뽑는 게 아니고, 여성 대통령, 남성 대통령을 뽑는 것도 아니지 않나. 국민 대통령 뽑는 것이 대선인데, 그 안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갈등하면서도 협력 통해 건설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당 바깥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그간 국민의힘이 보수로 비쳐졌기에 와닿지 못했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겠다.”

-이수정 교수도 앞서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했는데,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대단한 결심이라고 생각했다. 여성 운동도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민주당은 이 교수에 대해 자리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자리를 얻고자 했다면 이 교수나 저나 민주당에 갔어야 한다. 진보쪽 여성운동 관련 이야기를 계속 해왔으니까. 그럼에도 거기에 가지 않고 국민의힘에 서려는 것은, 그 이유를 민주당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 합류에 외부에서 비판들이 있었지만 나는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차별금지법, 성범죄무고죄, 여가부 폐지 등 국민의힘과 입장이 달랐던 입장 달랐던 의제가 꽤 많다. ‘치열한 의견제시’를 통해서 신지예가 꼭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여성 대상 폭력과 여성 안전 문제를 내부에서 끊임없이 얘기할 생각이다. 내가 윤 후보를 가르치려 합류하는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을 강요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모든 선택은 후보의 몫이다. 나는 이제 새시대위에서 중도와 진보의 표를 어떻게 좀 더 받을 수 있나, 어떻게 설득할 수 있나 고민하려 한다. 다 잘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데, 지금 약속하는 정책이 나랑 100퍼센트 같으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때, 광화문에서 100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때 포함된 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스토킹방지법, 차별금지법 등인데, 다 누더기가 되거나 뒤로 미뤄졌다. 100퍼센트 후보와 정책에 대한 생각이 같아도 그 정책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차라리 바늘 만큼만 나와 같은 지점이 있더라도, 약속 지키는 사람에게 내 정치적인 신념을 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후보도 어제 99%가 달라도 1%가 같으면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게 그 1%는 여성정책이다.”

-동성혼 법제화, 차별금지법 얘기도 꾸준히 했는데, 국민의힘은 해당 지향에 가장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나.

“그걸 계속 만들어나가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어차피 지금 차별금지법 후속 논의는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판이다. 민주당이 약속해놓고 뒤로 미룬 것이다. 국민의힘은 원래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입장을 바꾼 게 아니지만,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버린 것이다. 논리적으로 그러면 계산했을 때, 어차피 안지켜지는 거 1%라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윤 후보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그간 활동 지켜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내 역량 부족으로 많은 분을 설득하지 못하고 파격적 선택인 것처럼 비쳐 당황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걸 결과로서 보여드리고 싶다. 각자 자리에서 무엇이 더 세상을 낫게하는가 고민을 함께 이어 가시기를 바란다. 나와 지금 있는 곳이 다르더라도 꿈은 같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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