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만 국민투표 모습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 주말 대만과 홍콩에서 진행된 두 건의 투표는 '하나의 중국'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 홍콩, 마카오, 대만의 현행 자본주의 체제를 일정기간 용인한다는 취지)'를 둘러싼 중국의 딜레마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할수록 대만 민심은 본토가 바라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대만 국민투표와 홍콩 입법회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대만인들이 지난 18일 국민투표에서 가축 성장 촉진제인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강행한 정부 결정을 사실상 추인한 것은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은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돼지고기 수입 건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미국과의 관계 전반과 연결된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대미 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식품 안전 문제와 연결된 국민 건강 이슈를 압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만인들이 안보 문제가 걸린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국민 건강 이슈에서 대승적 '양보'를 선택한 민진당 정권의 결정을 추인한 것은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경계심을 반영했다는게 중론이다.
대만인들의 대 중국 경계심이 이 정도로 커진 것은 지난 10월 이후 차원을 달리하는 중국의 무력 시위(중국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 진입 등) 요인도 있지만 작년 6월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일국양제' 비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50년간 홍콩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기로 한 약속(중국·영국 간 홍콩반환협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대만인들의 인식이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하는 것을 보면서 더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국양제 통일중국' |
지난 9월 2∼6일 대만의 양안 관계(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가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국이 통일의 방식으로 제시하는 일국양제에 대해 87.5%가 반대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대만 국민투표 다음날인 19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30.2%라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고, 친중 진영이 90석 의석 중 단 1석을 제외하고 싹쓸이하는 결과로 마무리된 것은 일국양제에 대한 대만인들의 거리감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 선거 다음날인 20일 홍콩 투표율 부진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고, 반중 홍콩 분열분자와 외부 세력의 간섭 및 파괴 행위의 영향도 있다"며 "이는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및 시행과 홍콩특별행정구 선거제도 개선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때 맞춰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결국 지금의 홍콩을 보면서 대만인들은 통일이 가져올 변화를 예상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이른바 '홍콩의 안정화'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중대 업적의 하나라고 평가하지만 동시에 중국에 딜레마도 안긴 형국이다.
친중 진영 후보가 의석 독차지한 홍콩 의회 선거 |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