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그리스 등 EU에 장벽 설치 비용 요구
필사적인 난민 유럽행 계속돼…팬데믹 이후에도 증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 |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난민들의 유럽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난민 유입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장벽을 속속 설치하고 있다.
최근 벨라루스가 중동지역에서 난민을 데려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으로 몰아내자 이들 국가는 군경을 동원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한편 국경 장벽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들 3개국과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그리스, 키프로스,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등 9개 EU 회원국은 국경 장벽 설치 계획을 밝히면서 EU 집행위원회에 장벽설치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주요 통과국으로 지난 2015∼2016년 당시 몰려드는 난민으로 곤경에 처한 경험이 있다.
2015년에도 난민 유입을 가장 강경하게 저지했던 헝가리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와 맞닿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며 EU에 비용을 청구했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의 난민들 |
폴란드는 벨라루스 접경 지역을 비롯해 약 400㎞의 국경에 3㎞ 폭의 출입통제 지역을 설정하고 군경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폴란드는 난민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우선 국경 지역에 임시로 철조망을 설치했으며 점차 콘크리트 장벽 등 영구적인 시설물로 대체할 계획이다.
중동·아프리카 난민의 주요 기착지 중 한 곳인 그리스는 최근 터키와 국경에 26㎞의 철제 펜스를 완공했다. 이로써 그리스의 국경장벽 길이는 38㎞로 늘어났다.
그리스 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발 이주민과 난민이 대거 몰려들자 국경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 그리스 공공질서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EU 국경에 대한 난민 유입 압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이주를 막기 위한 국경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그리스 국경의 보안은 EU 안보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EU가 내년 예산에서 그리스의 국경 장벽 설치, 감시장비 확충 비용을 배정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또 내년 초부터 망원 카메라와 감시 센서 등을 갖춘 국경감시탑에서 수집된 사진·영상 데이터 등을 처리하는 중앙통제센터를 가동하기로 했다. 국경 감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즉각 국경경비대에 알려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국경 장벽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55㎞에 달했던 베를린 장벽은 1989년 붕괴했다. 그러나 그 이후 유럽 국가는 베를린 장벽의 6배가 넘는 약 1천㎞의 장벽을 건설했다.
2015∼2016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난민이 대규모로 EU에 들어온 이후에도 EU 회원국 국경 곳곳에선 난민의 필사적인 진입이 계속되고 있다.
한해 100만 명이 넘는 이주민과 난민이 EU 국경을 넘은 2015년 난민 위기 때에는 못 미치지만 유럽행 난민 수는 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이 줄었음에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EU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EU 국가로 이주민과 난민 16만여 명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70%,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45% 늘어난 것이다.
songb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