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입사지원서 논란' 김진국 민정수석 사의. |
(서울=연합뉴스)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빠 찬스' 논란 하루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업난이 가중하는 가운데 불공정 이슈가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라는 점도 신속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전날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있을 수 없는 일로 변명의 여지가 없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다.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할 청와대 고위 인사가 공정성 문제로 논란을 빚은 것은 유감이지만 빠르게 거취를 정리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김 수석의 아들은 최근 여러 기업의 채용 과정에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부친의 이름과 직업을 기재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과 성격을 기술하는 칸에는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 "아버지께 잘 말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적었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는 물론 친인척의 직업도 기재하면 안 된다는 것은 대입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부친이 민정수석이라고 적시한 것도 모자라 부친의 공적 권한과 영향력을 이용해 회사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입사 지원서를 받아 든 회사 관계자들은 황당함을 넘어 심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그에게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김 수석은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으나 설사 그렇더라도 어이없는 행동에 대한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믿을 것은 오직 자기 자신밖에 없는 대다수의 젊은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는지 명심하고 공직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 정서상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문제가 또 불거졌는데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김 수석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은 유감이다. 박 장관은 전날 SNS에 관련 기사를 올리며 김 수석이 투명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내로남불'에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장관이 진영 논리에 근거해 무턱대고 감싸는 것은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응천 의원까지 나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사적인 판단을 섣불리 표출하는 것이 자칫 대통령에게까지 부담을 지울 수도 있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우리 당과 후보의 노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각에서 정의를 담당하는 부처의 수장이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시기인 만큼 언행에 더욱 신중하길 바란다.
'가족 리스크'는 이번 대선에서도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정책과 비전이 사라진 자리를 사생활, 가족, 인성과 같은 민주주의 체제의 비핵심적 요소가 채우고 있다. 5년간 나라 살림을 꾸릴 일꾼이 아니라 수신제가를 잘한 도덕군자를 뽑는 선거처럼 성격이 바뀐 것은 우리 정치의 퇴행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책 경쟁이 실종되고, 그나마 발표된 정책도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권자의 관심이 후보 개인의 성품이나 자질, 주변 상황 등에 쏠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책은 정책대로 치열하게 논쟁하되 사생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을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정도이다. 필요하면 단순한 사과뿐 아니라 정치적,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이번 민정수석 관련 논란의 수습 과정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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