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댈리와 17세 아들 존 댈리 주니어가 20일 PNC 챔피언십에서 주먹을 맞대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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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46·미국)가 20일(한국시간) 아들 찰리와 함께 경기한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 최종 2라운드에서 15언더파 57타를 합작했다. 점수가 잘 나오는 스크램블링(두 명이 친 자리 중 좋은 곳에서 치는 경기) 방식이었다고 해도 대단했다. 우즈 부자(父子)는 7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무려 11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전날 10언더파를 합쳐 총 25언더파다.
지난 2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우즈는 “얼마 전만 해도 필드에 나설지도 몰랐다. 아들과 함께 페어웨이를 걸을 수만 있기를 바랐는데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우승은 존 댈리(55)와 존 댈리 주니어 부자가 차지했다. 댈리 부자도 이날 15언더파를 쳤고 합계에선 우즈 부자보다 2타 적은 27언더파였다. 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타이거 우즈와 12세 아들 찰리 우즈가 버디를 잡고 함께 기뻐하고 있는 모습. 댈리 부자가 합계 27언더파로 우승했다. 25언더파를 적어낸 우즈 부자는 2위를 차지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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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의 아들 찰리는 12세다. 우즈는 그보다 한 살 많은 만 13세 때 댈리를 만났다. 1989년 주니어 선수들의 전국 대회 빅아이 챔피언십에서다. 출전 선수 중 나이가 어린 축에 들었던 우즈는 첫날 1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다. 주최 측에서는 셋째 날 각 조에 PGA 투어 선수 한 명을 배정했다. 주니어 선수들의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였다. 우즈 조에는 당시 최장타자인 존 댈리가 함께했다.
댈리는 높은 나무를 넘겨 우즈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향으로 티샷했다. 파 5홀에서는 샌드웨지로 두 번째 샷을 하기도 했다. 그린 주변 쇼트 게임 감각도 매우 뛰어났다.
우즈는 그런 댈리 앞에서 냉정하게 경기했다. 경기 중반까지 스코어에서 댈리에 앞섰다. 13세 소년에게 뒤져 자존심이 상한 댈리는 이후 무모한 공격을 자제하고 스코어 위주로 경기했다. 우즈가 마지막 3개 홀에서 보기 2개를 해 댈리가 두 타 앞섰다.
이 라운드로 인해 두 선수는 상대에 대해 매우 깊은 인상을 가졌던 모양이다. 특히 우즈는 충격을 받았다. 장타에 대한 집착도 생겼다고 한다.
15년이 지난 2004년 두 선수가 잠시 서로의 재능에 관해 대화한 적이 있다. 우즈가 주최한 이벤트 대회 때였다. 클럽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던 댈리는 헬스클럽으로 가던 우즈에게 “(너 정도 되는 스타는) 더 이상 운동 안 해도 되니까 함께 한잔하자”고 했다.
우즈는 “내가 당신처럼 재능이 있다면 나도 당신처럼 하겠다”고 답하고 운동하러 갔다. 댈리는 “(그렇게 큰 성과를 낸 선수가 재능이 부족하다고 하니) 저 친구 미친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댈리의 자서전에 나온 내용이라 자화자찬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라면 우즈는 댈리의 재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여긴 것이다.
두 선수 중 누구의 재능이 더 뛰어난지 측량할 수는 없다. 기록은 우즈가 훨씬 좋다. 메이저 15승 포함, PGA 투어 82승을 했다.
존 댈리는 방탕한 생활로 유명하다. 도박으로만 5500만 달러(655억원)를 날렸고, 음주로 인한 가정 폭력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그의 기록은 메이저 2승 포함 PGA 투어 5승이다. 우즈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메이저 2승은 그 자체로 대단하며 많은 사건·사고로 전성기 대부분을 날려버린 것을 고려하면 더 놀랍다.
댈리는 PNC 챔피언십에서 해골이 그려진 바지를 입고 나왔다. 배도 많이 나왔다. 그의 인생 이력을 외모로 볼 수 있다. 그는 방광암 투병 중인데 그러면서도 우승했다. 댈리 부자는 우즈의 우승을 기원하는 골프계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어쩌면 댈리 때문에 우즈가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청소년 시절, 무시무시한 샷을 날리던 괴물 같은 댈리를 보고 우즈는 ‘난 모자란 게 많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댈리처럼 재능을 낭비하는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댈리는 2017년 한 방송에 출연해 “재능 면에서는 우즈와 내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즈는 항상 나보다 많이 앞섰다. 우즈의 집중력과 정신력은 최고”라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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