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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윤 ‘차별금지법’ 손사래에도…심상정, 보수 개신교계 ‘나홀로’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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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성소수자 포괄 차별금지법에 부정적

심 “정치인은 인간 삶 짓누르는 제도 없애야” 소신


한겨레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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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찾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설득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행보가 화제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거대정당 후보들과 다른 소신 발언에 시민사회와 누리꾼들은 ‘눈치 보지 않는 정면돌파’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 16일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와 한교총 차기 대표회장인 류영모 목사를 만나 차별금지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소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너무 획일적”이라며 동성애를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심 후보는 “종교인이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영혼의 무게를 덜어주는 사명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정치인은 인간의 삶을 짓누르는 제도적 무게를 덜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제가 정치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단 한 사람도 차별과 혐오에 방치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그런 소신을 갖고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어 “차별금지법은 권리구제의 최소법이자 최소 가이드라인”이라며 “힘 있고 권력 있고 돈 있고 이런 분들은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 분들은 이런 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심상정-한교총 간담회

심 후보의 개신교계 설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교회 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심 의원은 다 좋은데 차별금지법만 안 하면 안 되겠느냐. 정 안 되면 선두에만 서지 말라”는 한 목사의 말에 “제가 선두에 선 게 아니라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제일 뒤에 가만히 있었는데, 앞에 있던 민주당이 다 도망가버려서 제일 앞에 남았다. 지금 성소수자들이 모두 우리 정의당만 바라보고 제 뒤에 있는데, 제가 비켜나면 누가 이분들을 지켜주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 후보의 이런 발언들은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과 대비된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인터넷 매체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그중에 성소수자에 관한 부분은 오해와 곡해가 너무 많아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5일 서울대에서 “차별금지법이 개별 안마다 형량 결정이 안 돼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고,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서는 “선진국도 포괄적 기준으로 차별을 방지하지 않는다”며 “법을 강제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많아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누리꾼들은 심 후보의 행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페이스북에 “보수적인 혐오에 가득 찬 종교인 앞에서 정치인이 해야 할 말”이라고 했고,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장도 “교회에 가서도 소신을 굽히거나 눈치만 보면서 어물쩍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언어를 차용해서 그들을 설득하려는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정성광 트랜스해방전선 집행위원장도 “심 후보의 한교총 방문은 정말 의미 있는 순간”이라며 “존중하면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해 똑똑히 말하는, 설득과 주장이 오묘하게 조화되면서도 이 신념은 모두를 위해 굽히지 않겠다는 정면돌파”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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