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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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거대 양당 대선 주자의 가족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대선 경쟁이 뒷수습 대결로 변질되고 있다. 후보가 사과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 당 소속 의원들도 나서 경쟁적으로 엄호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과잉 옹호 과정에서 새 논란이 불거지며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19일 각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혹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보다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식 반박이나 음모론 제기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오거나 정치혐오만 부추긴다는 내부 비판이다.
■ 권인숙 “이재명 아들 발언 안타깝지만 평범”…국민의힘 “카나리아 잃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장남이 불법 도박 등을 했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다수의 여성 혐오적인 발언들을 남겼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당 선대위 성평등자문단장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식의 발언들은 너무 많이 경험을 해서 굉장히 안타깝지만 평범하기도 하다”며 “그런 식의 행동들에 대해 후보가 어떻게 판단하고 해결하려고 하는가의 문제는 굉장히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권 의원을 유독가스를 감지하는 새, 카나리아에 비유하며 “노동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였던 권 의원이 불법 도박과 불법 성매매 의혹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이 후보의 아들까지 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권력의 막장’ 속에서 권인숙이라는 마지막 카나리아를 잃었다”고 말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택시기사에게 들은 내용이라며 이 후보 아들 의혹 제기가 국민의힘의 기획이라는 주장을했다. 김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열린공감TV로 제보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택시기사님이 강남에서 손님을 한 명 태웠는데 (윤 후보가) 이 후보의 아들 문제를 터뜨려서 이 사건을 충분히 덮고 한 방에 (이 후보를) 보내버릴 수 있다는 전화통화를 했다는 제보를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 김재원 “김건희 제목 근사하게 쓴 것뿐”…민주당 “엄호에 정신 없어”
후보 가족 의혹 뒷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과잉 옹호나 음모론 제기로 논란이 재생산되는 것도 유사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001~2016년 한림성심대·서일대·수원여대·안양대·국민대 강사·교원 임용 당시 이력서에 다수의 허위이력을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SBS라디오에서 “(이력서)제목을 좀 근사하게 썼을 뿐 표현이 좀 과장되게 부풀려졌다”며 “이런 사안은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악의적으로 주장을 해서 마치 범죄처럼 우기고 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의 김재원 클린선거전략본부장이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도이치모터스 관련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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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김씨에 대한 의혹 제기가 ‘여권의 기획공세’라는 윤 후보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CBS라디오에서 “언론에서 보도하고 나니까 곧바로 민주당 의원이 자료를 들고 이곳을(기자회견장) 나갔기 때문에 우리 후보는 이것이 기획공세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 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도 16일 “윤 후보가 기획이라고 지칭했던 그런 내용일 수도 있겠다”라고 거들었다.
■ 양당 내에서도 ‘자중’ 목소리…“후보 돕는 것 아냐”
과잉 엄호가 이어지자 양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후보에 대한 과잉 충성식 해명이나 음모론 제기가 여론의 반감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박광온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18일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공작설은 우리 선대위 관계자나 우리당 의원님들이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 (선대위의) 판단”이라며 “우리 후보의 아들을 감싸는 의견을 내시는 의원들도 고마운 일이나, 후보의 사과 의미를 반감시키거나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에 자제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나친 옹호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거세게 비판한 만큼 김씨 의혹을 섣불리 옹호에 나섰다간 ‘내로남불’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 청년이 국민의힘을 향해 ‘조국을 감싸주던 민주당과 다를 게 뭐가 있냐’며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을 게시하자 “박근혜 정무수석 하면서 박근혜 망친 사람이 이젠 윤석열도 망치려고 장난질이네. 나 참 어이없다”고 반응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보 주변에서 자꾸 한마디씩 하는데 국민적 눈높이와 턱없이 거리가 먼 발언들”이라며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잔불을 키우는 형국이고, 후보를 돕는 게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의 실망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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