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종 리스크 대응에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 등이 터졌을 때 ‘해명 혹은 반박→논란 증폭→결국 사과’ 흐름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혹과 논란, 그 자체도 부담이지만 이후 대응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이 더 커지는 양상이 반복된 셈이다. 반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빠른 사과’로 윤 후보와 대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뒷수습 경쟁’에선 이 후보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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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리스크나 논란이 터지면 해명 혹은 반박을 내놓고, 이후 비판이 더 커지면 사과를 하는 흐름을 반복해왔다. 윤 후보는 김씨 허위 이력 의혹이 제기된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서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음날인 15일 기자들에게 겸임교수 임용 방식을 언급하며 “현실을 잘 좀 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기자들과 만나 “저나 제 처는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내용이 조금 더 정확히 밝혀지면 이러저러한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제대로 사과드려야지, 그냥 뭐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의혹이 불거진 점 자체에 대해선 죄송하지만 내용 파악은 먼저 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지자 17일에는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19일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주장하는 상당수 내용이 시간이 지나 꼼꼼히 따져 보면 가짜뉴스에 해당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날 관련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반면에 아들의 도박 문제가 터진 이재명 후보의 대응은 달랐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오전 5시 아들의 불법 도박을 다룬 보도가 나오자 3시간 50분만에 입장문을 내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약 45분만에 다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이날도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식을 둔 죄인이니 필요한 검증은 충분히 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는 점에 대해선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후보가 사과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의도적으로 빠른 사과를 한 걸로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의 사과는 너무 빨라서 오히려 기술적인 느낌이 든다.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느린 사과’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 때도 김씨 의혹에 대응할 때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19일 전두환씨를 두고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고, 당일과 다음날인 10월20일 “그런 식으로 곡해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점증하자 결국 10월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윤 후보의 대응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후보 직속의 전략자문위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의혹 대응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대비되는 모습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조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고집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요즘 청년들은 효능감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국민들이 화가 나면 그걸 받아들여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목소리가 반영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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