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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액정 썼는데 주름 줄였다...中 폴더블폰이 삼성에 던진 숙제

머니투데이 차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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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액정 썼는데 주름 줄였다...中 폴더블폰이 삼성에 던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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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다른 브랜드가 먼저 폴더블폰을 내놨지만 우리보다 사용자 경험은 떨어진다. 우린 다른 제품보다 주름을 약 80% 개선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기업 오포가 자체 개발 첫 폴더블폰 '파인드 엔(Find N)'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피트 라우 오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듯, 타사 제품보다 더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줄 것이라 자신했다. 그 근거로 오포는 자체 개발 힌지(경첩) 기술과 내부 디스플레이 화면의 개선된 주름을 꼽았다.

실제 파인드 엔 공개 이후 IT 팁스터(정보 유출자)와 인플루언서들도 화면 내 주름이 꽤 개선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명 IT 팁스터인 아이스 유니버스(Ice Universe)는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갤럭시Z폴드3(Z폴드3)와 파인드 엔을 나란히 놓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Z폴드3는 화면 한 가운데 굴곡이 선명한 반면, 파인드 엔은 비교적 완만한 모습이다.

오포 파인드 엔의 7.1인치 내부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오포에 공급한 폴더블 패널은 울트라씬글래스(UTG, 초박막 강화유리)로, 이미 삼성전자도 지난해 상반기 이후 폴더블 스마트폰에 UTG를 적용하고 있다. 같은 UTG를 사용하는 오포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화면은 왜 달라보이는 걸까.

IT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Ice Universe)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오포 파인드 엔과 삼성전자 갤럭시폴드3 비교 사진. 오른쪽 하단이 오포 파인드 엔.

IT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Ice Universe)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오포 파인드 엔과 삼성전자 갤럭시폴드3 비교 사진. 오른쪽 하단이 오포 파인드 엔.




오포가 주름 편 비결 "둥글게 말아넣은 디스플레이 덕분"

오포는 주름을 편 비결로 내부 디스플레이의 접힘 각도를 최대한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5일 행사에서 공개된 파인드 엔의 단면을 보면 힌지 부분의 디스플레이가 안쪽으로 둥글게 말려있다.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기를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가 안쪽에 말려있을 수 있도록 기기 상단과 하단부에 물방울 모양으로 별도 공간을 만들어놨다. 이 구조 덕분에 디스플레이 손상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오포가 삼성전자처럼 최대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도 문제없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상하부 디스플레이가 거의 맞닿아있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종이처럼 접히는 것을 막기 위해 기기 상하단부 간격을 약간 벌려놨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주름이 가운데에 집중돼있고 접었을 때 틈이 생기는 반면, 오포는 주름 굴곡은 적고 접었을 때도 벌어진 틈이 없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첫 폴더블폰부터 이 방식을 채택했고, 기존 제품을 기준으로 계속 개선시켜왔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구조 자체를 아예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S펜 적용 등 기술적 문제도 이유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위에서부터) 삼성전자 폴더블폰과 오포 파인드 엔의 단면구조./사진=각 사

(위에서부터) 삼성전자 폴더블폰과 오포 파인드 엔의 단면구조./사진=각 사




삼성 "S펜·방수는 최고" 자신해도 주름이 발목 잡을수도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Z폴드3에서 처음으로 S펜 지원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갤럭시 스마트 기기만의 차별화 무기인 S펜을 폴더블폰과 접목할 방법을 두고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펜을 인식하는 소재인 디지타이저를 접히는 디스플레이 부분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기술적 난제였다. 삼성전자는 Z폴드3의 접히는 부분에는 디지타이저를 비워두고 기기 좌우로 디지타이저 두 장을 사용하되, 가운데 접는 부분에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또 내구성을 키우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Z폴드3와 Z플립3은 폴더블폰 최초로 IPX8 등급의 방수 성능을 지원한다. 1.5m 수심에서 최대 3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스위퍼 기술도 적용해 힌지 사이 빗자루 모양의 나일론 섬유(스위퍼)가 폰이 접힐 때 틈새를 쓸어내 이물질 파손 위험을 줄였다. 오포가 파인드 엔을 공개하기 직전 삼성전자가 자사 유튜브 채널에 Z폴드3과 Z플립3의 내구성을 강조하는 영상을 올린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파인드 엔에는 방수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6일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진열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3·플립3의 지난달 25일 기준 사전판매량은 92만대로 작년 하반기에 출시된 갤럭시노트20의 사전판매량 대비 1.3배를 기록했다.  갤럭시S21 사전판매량과 비교하면 1.8배다.   중국에서는 지난 1일부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에 대한 공식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 약 100만명이 예약 구매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9.6/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6일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진열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3·플립3의 지난달 25일 기준 사전판매량은 92만대로 작년 하반기에 출시된 갤럭시노트20의 사전판매량 대비 1.3배를 기록했다. 갤럭시S21 사전판매량과 비교하면 1.8배다. 중국에서는 지난 1일부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에 대한 공식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 약 100만명이 예약 구매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9.6/뉴스1




여전히 삼성이 우위에 있지만 오포의 견제 시사점 커

주름을 개선했다해서 당장 오포의 첫 폴더블폰이 삼성전자의 시장 패권을 위협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S펜은 물론 삼성 무선 덱스(DeX, 스마트폰과 PC를 연동하는 기능) 등 사용환경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우위에 있어서다. 전세계 시장에 출시된 삼성 폴더블폰과 달리 파인드 엔은 중국 내수용 제품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폴더블폰 출하량은 900만대로, 삼성전자는 이 중 88%를 차지했다. 2023년까지도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75%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오포 파인드 엔이 삼성전자가 하지 않았던(혹은 못 했던) 주름을 편 것만으로도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고 본다. 실제로 삼성 폴더블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꾸준히 주름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오포 파인드 엔이 공개되자마자 주름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최필식 IT 전문작가는 "소비자들은 직관적으로 평평한 디스플레이에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차기작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전자에게 주름은 계속 기술적 약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포 파인드 엔은 오는 23일 중국에서 출시된다. 가격은 256GB 버전이 7699위안(약 143만원), 512GB 버전이 8999위안(약 167만원)이다. 색상은 블랙, 화이트, 퍼플 등 세 가지다. 출고가는 갤럭시 Z폴드3(256GB 모델 199만8700원, 512GB 모델 209만7700원)에 비해 40만원 가량 저렴하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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