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강원도 원주시 ‘서울 F&B’원주 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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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들이 ‘가족 리스크’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장남 도박 논란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서 기재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자기 진영을 엄호하면서 상대방에게 네거티브 총공세를 가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번 대선이 후보들의 국가비전과 정책 경쟁이 사라진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후보는 17일 ‘가족 리스크’에 대해 거듭 해명하거나 사과했다.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남이 과거 인터넷사이트에 남긴 마사지업소 후기에 대해 “저도 확인해봤는데 성매매 사실은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장남의 불법 도박에 대해서는 “한 1000만원 이내를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여의도 당사에서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를 정확하게 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후보들과는 달리 여야는 상대방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건희씨는 2001~2016년까지 15년간 5개 대학에 지원하면서 총 18가지의 허위 이력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적어냈다”면서 “가짜 인생과 허위이력, 채용 비리를 두둔하는 윤석열 후보가 과연 공정을 얘기할 자격이 있나”라고 말했다. 강선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는 허위 경력 사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은 채 여론과 당내 압력에 굴복해 마지못해 사과했다”고 했다.
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단순히 한 사람이 게임머니를 사고팔고 도박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조직범죄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태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젊은 친구가 여기저기 글을 쓰면서 마사지업소에 다닌 것까지 나오는데, 성매매 여부도 추가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은 이 후보 장남의 도박 사건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은 악재로 인식한다. 당 관계자는 “그나마 잠잠해지던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다시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윤 후보에게는 여권 지지층이 제기하는 내로남불 공세가 부담이다. 윤 후보가 대선 핵심 화두로 내건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여야가 상대 약점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공세에만 몰두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정치 불신과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지 않은 의견 유보자는 20·30대에서 셋 중 한 명 정도(20대 34%, 30대 27%)였고, 무당층에서 43%에 이르렀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가 공세를 강화하는 동안 후보들의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후보들 간 제대로 된 TV 토론도 이뤄지지 못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두 후보 모두 어떤 나라를 만들지에 대한 희망을 국민에게 못주다 보니 가족 리스크가 더 크게 보인다”면서 “대선 후보들이 미래 비전을 두고 경쟁해서 ‘저 후보가 내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로의 가족을 인질 삼아 패대기를 치고 정치인 가족들의 삶을 끝장내고 있는 정치 현실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제발 정신 차리라”고 쓴소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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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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