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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코로나19 아동 백신 접종은 서둘지 않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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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코로나19 백신접종 대기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이 미성년자 접종 진도는 서두르지 않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이 유사한 점이 많지만 미성년자 백신 접종에서는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만 5∼11세 백신 접종을 한창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영국에선 아직 승인도 나지 않았다.

16∼17세도 미국에선 성인과 같이 했지만 영국에선 개학을 앞둔 8월에서야 결정됐다.

12∼15세도 미국은 상반기에 했는데 영국은 9월이 돼서야 시작했다. 그나마도 시범학교와 기숙학교부터 시작해서 일반 학교 접종은 11월에나 진행했다.

정부 백신 전문가들은 당초엔 12∼15세 백신 접종에 부정적이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7월엔 심근염 부작용 우려를 꺼냈고 9월 초엔 건강한 청소년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므로 백신으로 얻는 건강상 이득이 위험과 비교해 너무 작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소년은 차라리 자연 면역을 갖추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난한 나라에선 성인도 못 맞는 상황에 청소년을 맞히는 게 윤리적으로 옳으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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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청소년 코로나 백신접종' 반대하는 영국 시위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다가 9월 개학 후 학교에서 코로나19가 퍼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전에는 청소년 건강에 끼치는 영향만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JCVI가 이때는 교육적 혜택을 포함해서 폭넓은 사회적 영향을 검토하는 것은 정부 의료 책임자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결국 영국 정부 최고 의학보좌관들은 9월 13일 12∼15세 백신 접종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토로하고 학교 운영 차질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이 백신 접종 권고로 기울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청소년은 화이자 백신 1회 접종만 하기로 했다. 1회만 맞아도 백신 접종에 의한 이득은 대부분 얻을 수 있지만 2회 접종 시에 심근염 부작용 위험이 살짝 더 올라간다는 이유였다. 성별로는 남자 청소년들의 위험이 더 높다고 했다.

12∼15세 백신접종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약은 없다. 영국은 백신 패스 도입을 꺼리는 분위기인데다가 미성년자는 아예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다.

나딤 자하위 영국 교육부 장관은 12∼15세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사회 전반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보호벽을 세우는 중요한 조치"라며 "학생과 부모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지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낙인을 찍으면 안된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등장하자 최근 12∼15세도 3개월 간격 2차 접종 결정이 내려졌다.

오미크론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5∼11세 접종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은 부스터샷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디언은 영미 간 아동 백신에 관한 태도 차이에는 영국 의사들이 부작용을 더 인식한다든지 영국의 의료체계는 무상 기반이라는 점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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