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돌아오고 있다"…기피 대상이던 유람선에도 이용객
소규모 회식 중심 "코로나 이전 절반 수준"…오미크론 불안감도
활기 되찾는 도쿄 밤거리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자리가 없는 것 같네요."
16일 오후 직장인의 퇴근 후 '해방구'인 일본 도쿄(東京) 신바시(新橋)역 인근 주점 밀집 지구에서 한 중년 남성이 선술집에 들어가려다 거절당한 후 뒤에 서 있던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긴급사태',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몇 달씩 거듭하던 올해 여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일본 전체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평균 140명 정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도쿄의 밤거리는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위기감이 세계적으로 고조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내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셈이다.
초저녁부터 술집에는 단골들이 들어찼고 SNS나 예약 사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음식점은 일찌감치 만석이 됐다.
양복 차림으로 술집을 향하는 직장인들은 4명 이하의 소그룹이 많았다.
북적이는 도쿄 파친코 |
새로 들인 기계를 앞세운 파친코에는 요행을 기대하는 손님들이 북적였고 술집 앞에는 오늘의 추천 메뉴를 알리는 간판이 늘어섰다.
일대를 둘러보는 기자를 향해 젊은 호객꾼이 "90분 노미호다이(飮み放題) 1천엔"이라고 말을 걸었다.
한국 돈으로 1만원 남짓을 내면 1시간 반 동안 정해진 주류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음주 문화를 의식했는지 "(다른 손님과 공간이 구분된) 완전한 개별실이 있다"면서 "담배를 피우면서 느긋하게 마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활기 되찾는 도쿄 밤거리 |
요식업 종사자는 코로나19의 타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상황이라고 반응했다.
주점 종업원인 기시 요시유키(48) 씨는 "전에는 하루에 손님이 1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0∼30명 정도 온다. 매출도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로 가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할 수 있는 유람선인 야카타부네(屋形船)를 찾는 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었다.
도쿄 도심 하천인 스미다가와(隅田川)에 갔더니 선착장에 음식이 차려진 야카타부네가 연등을 밝히고 대기 중이었다.
잠시 후 단체 손님이 줄지어 승선했다.
일본 도심 하천 유람선 |
야카타부네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기 시작하던 작년 초 도쿄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장소로 지목되면서 기피 대상이었는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36개 사업자로 구성된 '야카타부네 도쿄도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다카하시씨는 "10월 말 이후 손님들의 문의가 다소 늘었다"면서 "작년 말에는 예약이 거의 제로였는데 그때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이전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썰렁한 도쿄 초밥집 |
그는 "예전에는 30∼40명 규모로 전세 예약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10명, 혹은 20명 정도로 규모가 축소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야간 상업지구가 활기를 되찾고는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12월은 통상 송년회 등 회식 수요가 많아 도심 음식점의 자리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빈자리가 많은 가게도 꽤 눈에 띄었다.
휴업 중인 도쿄 음식점 |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센소지(淺草寺) 인근의 목 좋은 가게에는 '휴업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바시역 근처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야마다 노부히코(66) 씨는 "이전과 비교하면 사실 손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잘해야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셈이다.
오미크론이 일본에서도 머지 않아 확산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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