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맨 오른쪽)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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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선 후보 부인으로서 과거 처신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국민의 기대에 맞춰서 저희들(윤 후보와 김씨)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씨도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선 후보는 ‘송구’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의혹 자체에 대해선 “여권의 기획공세” “저쪽(여당)에서 떠드는 걸 듣기만 하지 말라”며 격앙된 대응을 보였다. ‘배우자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대선 행보가 꼬이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가온한부모복지협의회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씨가 사과 의향을 밝힌 것을 두고 “사과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그런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이날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날 수원대 겸임교수 지원시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돋보이려고 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윤 후보는 대체로 김씨가 이날 밝힌 공개입장을 평가하는 ‘간접 화법’으로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는 “어찌됐든 본인(김씨) 입장에서 할 말이 아무리 많다 해도, 여권의 공세가 기획공세이고 부당하게 느껴진다 해도,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획공세’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는 “(이번 의혹 보도가) 우연이라 보기는 좀 어렵다”면서 “우리 쪽에서는, 우리 가족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2013년 안앙대학교에 제출한 겸임교수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적은 의혹을 받는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 재직 경력은 기재한 기간이 협회 출범 전이어서,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 경력은 개인 단위 수상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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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의 대응은 ‘국민께는 송구, 그러나 의혹은 정면돌파’라는 취지로 요약된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노총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여당이 ‘채용비리’를 언급하는 데 대해 “시간강사(겸임교수)라는 건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하는 게 아니다. 어디 석사과정에 있다, 박사과정에 있다, 이러면 (채용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무슨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이런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서류에 기반해 채용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채용 비리’로 연결 지을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개채용이 아니면 허위경력을 제출해도 된다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허위 재직 이력 의혹을 두고는 “(비상근이라 출근하지 않은) 현실을 좀 잘 보고 관행에 비춰봤을 때 어떤지 좀 보고 하라. 저쪽에서 떠드는 걸 듣지만 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양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채용비리’라는 식의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침소봉대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면서 “2006년 당시 시간강사는 대학교수 등 믿을 만한 학계 인사 추천에 의해 먼저 위촉이 결정되고 경력자료는 그 후 제출된 것이지 사전 ‘공개경쟁’을 통한 정식교수 채용과는 다르다”고 했다.
윤 후보와 당이 의혹 자체에는 정면돌파를 택했지만, 파장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결혼하기 전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결혼 뒤인 2013년 안양대 이력서가 나오면서 이 같은 해명이 무색해졌다. 대선 후보 배우자의 사생활과는 구분되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과잉 검증”이라는 논리로 돌파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당은 총력 방어를 하면서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중앙선대위 본부장급 비공개 회동에서 일부 참석자가 김씨 등판 시기 관련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배우자의 사과에 대한 입장을) 얘기했으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김씨 관련 입장을) 우리 나름대로 의논을 하고 있으니 결론이 나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엔 기자들에게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다”면서 ‘과잉 검증’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전과 4범인 본인 당사자도 대선에 출마하는데 당사자도 아닌 부인 문제가 뭐가 그리 중한지 참으로 어이없고 우습다”면서 “민주당은 치졸한 선거전략 쓰지 말고 당사자인 윤석열 후보 검증이나 제대로 해라”고 적었다. 당내 일부에선 시기를 재고 있던 김씨 등판을 늦추고 ‘조용한 행보’로 가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정인·조문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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