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기도 하지만 요근래 코로나 확진자 폭증 원인을 정부의 방역실패가 아닌 가짜뉴스탓으로 돌리고 백신 미접종자에게 떠넘기는것 같아 씁쓸하다.
코로나까지 내 책임이 아닌 남탓을 하나 싶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0여개국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가 백신 접종 거부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또 "가짜뉴스가 방역과 백신 접종을 방해해도 민주주의 제도는 속수무책"이라고도 했다.
접종거부 배후에 가짜뉴스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대통령의 분노가 읽힌다.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다른 나라 정상들이 들으면 정말로 가짜뉴스 범람으로 한국내 백신접종 거부사태가 심각한 걸로 받아들일 것 같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백신접종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백신을 제때에 확보하지 못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접종 시작은 한참 늦었다.
하지만 일단 접종이 시작되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로 진행됐다. 15일 현재 두차례 백신을 모두 맞은 접종완료율이 81%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 접종완료율이 80%를 넘어서는 나라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70~80% 접종완료율을 달성하면 집단면역이 돼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갈수 있다"는 나랏님의 접종 독려에 군소리 없이 따라준 국민들 덕분이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백신접종 거부 움직임을 침소봉대할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접종율을 가능케한 국민들한테 고마워해야 하는게 정상이다.
대통령도 높은 백신접종율을 전세계에 자랑하지 않았나.
정부가 두달전 단계적 일상회복을 의미하는 '위드코로나' 시행에 들어갈수 있었던것도 이처럼 높아진 백신접종율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단면역은 커녕 일간 확진자 숫자가 2년전 코로나 발생이후 최대치로 급증하고, 하루 사망자가 위드코로나 시행 이전의 10배 수준인 100명에 육박하면서 방역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위중증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부족으로 K방역은 사실상 붕괴 상태다.
대통령이 불과 보름전에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식언이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호주순방에서 돌아오면 특단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행할 수 밖에 없는 벼랑끝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방역패스마저 먹통이 되면서 사회적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위드코로나 준비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정부가 할말이 없게 됐다.
K방역 허상이 무너지고 정부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니 대통령과 정부 모두 충분히 당혹할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방역 무능에 대해선 일언반구 사과 없이 그 화살을 접종 거부자와 가짜뉴스로 돌리는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가짜뉴스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팩트를 전달하는 뉴스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설상 가짜뉴스를 접하더라도 상식있는 국민들이 알아서 거를 일이다.
일부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극히 예외적이지만 백신부작용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백신접종 관련 사망 신고가 1300건을 넘어섰고 이상반응 신고도 37만건에 달했다.
주변에서 백신을 맞고 고생했다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젊을수록 코로나에 걸려도 무증상으로 지나가고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항체가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소아·청소년 백신접종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 2월부터 12∼18세 청소년 백신접종을 강제하고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다고 하니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하는것이다.
이때 정부가 "왜 백신을 거부하느냐"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릴게 아니다.
국민과 싸우고 언론과 싸울게 아니라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맞도록 설득하고 유도하면 된다.
백신을 맞으면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이 코로나를 예방할수 있고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게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필자는 백신의 효능을 신뢰한다. 더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믿고 접종했으면 한다.
다만 다양한 이유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건 개인의 자유다. 아무리 과학적인 팩트를 들이대도 설득이 안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개인의 자유의지를 꺽으면서까지 접종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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