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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 박해민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겠지만…"

중앙일보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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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 박해민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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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

박해민.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겠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전혀 힘이 없었다.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과를 확인한 만큼 가장 기뻐해야 할 순간이지만, 친정팀을 떠나게 된 미안한 마음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해민은 "지금의 저를 잊게 해주신 삼성 구단과 감독님,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 삼성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LG 트윈스는 지난 14일 "박해민과 4년 총 6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의 조건이다. 201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박해민은 푸른 유니폼을 벗고,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많이 복잡하다. 솔직하게 친정팀이 가슴 속에 많이 남아있다"며 "삼성에서 은퇴까지 생각했는데…"라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에게 삼성은 특별하다. 신일고를 졸업하고도, 또 한양대를 졸업하고도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 때, 삼성이 박해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육성 선수 계약을 통해 어렵사리 프로에 입단했다.

박해민은 경산 2군 구장에서 구슬땀을 쏟아 2013년 딱 1경기에 출전했다. 경기 중반 대주자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014년 119경기 타율 0.297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부터 붙박이 중견수로 활약하며 입지를 넓혀갔다. 특히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이용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다. '람보르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통산 1096경기에서 타율 0.286·414타점·706득점·318도루를 기록했다.

박해민은 "삼성에 입단해 힘들었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옛 기억이 많이 났다. 그래서 (FA 계약을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니 머리가 아프다. 누가 들으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겠지만 (지금도 친정팀 삼성이) 많이 생각난다"라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엔 주장으로 더욱 투혼을 발휘했다. 왼손 엄지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을 미루고 기적적으로 팀에 합류했다. 구단과 선수단 모두 '주장 박해민'의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원소속팀 삼성과 LG, 그리고 또 다른 지방 A구단의 러브콜까지 받은 박해민은 여러 부분을 고민한 끝에 LG행을 결정했다. 박해민은 "삼성에서 최선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섭섭함이 없다"고 했다.

사실 LG의 FA 계약 제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그는 "외야수에 국가대표급 선수가 많다. 어느 팀을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아 전혀 짐작 못했다"면서 "나의 능력을 인정해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도 수화기 너머로 중간중간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여러모로 감정 정리가 안됐다"라고 했다. 박해민은 "10년간 삼성에서 활약했다가 떠나게 됐다. 삼성 팬들에게는 (FA 이적이) 상처일 수 있다. 모든 게 조심스럽고,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라고 안타까워했다.

FA 이적에 마냥 기뻐하지 않은 박해민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LG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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