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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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선’이 여권을 엄습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역 일정 중 확진자와 접촉해 14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선거활동 일정을 ‘올 스톱’ 한 뒤, 정부에 ‘즉각적인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요청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러다 선거운동·유세도 제대로 못할 판”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병상 확보 실패 및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민생경제 악화 등 정부의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대선 정국에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이날 이 후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전해지자 발칵 뒤집혔다. 이 후보는 곧바로 자택 인근에 있는 선별검사소를 찾아가 PCR검사를 받았다.
선대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대구·경북(TK) 순회 일정에서 만난 당 관계자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해당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고 약 1m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 인사만 나눴으나 선제적으로 PCR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같은 장소에 동행했던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이 후보의 수행원·경호원들도 전원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접종하려던 3차 접종(부스터샷) 일정도 뒤로 미뤘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흔한 일인 터라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심상치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읽힌다. 그동안 이 후보와 당 선대위는 최대한 방역에 공을 들이며 선거운동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세를 더하면서 선거 악재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때까지도 확산세가 잠잠해지지 않으면 시민들 자체를 직접 만나는 유세는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보여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대선을 맞는 민주당의 위기감은 다른 정당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 논란에 따른 비판 여론이 고스란히 여당의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를 예측하지 못한 정부 책임론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민심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식당·카페 출입시 의무화 조치를 한 방역패스 접속 장애 사태까지 발생하자 상인들과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 후보는 오후 긴급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총력 대응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실행해야 할 때다. 안타깝지만 일상회복의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따른 국민 안심 대책으로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선보상·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접종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선 ‘인과성이 없다는 명백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보상과 지원을 국가가 책임지는 ‘백신 국가책임제’ 시행을 촉구했다. 코로나 대선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고 보상책 등을 정부·여당에 선제적으로 주문하는 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민주당이 코로나 대선의 불을 끄기 위해 소상공인 추가 지원과 방역 대응 강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내년도 본예산안을 통과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추경안 편성을 두고 먼저 정부를 설득해야 하고, 국민의힘이 추경에 반대할 경우 단독 처리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재난지원금과 ‘K방역’ 대책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경험을 이번에도 재현시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유례 없는 확산세가 선거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후보가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보여 국민들을 안정시킬 기회는 아직 많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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