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사건 등 강력범죄 잇따라
전문가 “국가, 적극 개입 필요”
데이트폭력 이미지. [헤럴드경제DB] |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신변 보호’ 대상자 가족 살해 사건 등 헤어지자거나 혹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한때 교제했던 여성과 그 가족들을 향한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여성들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윤모 씨는 1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솔로인 나에게 ‘누구든 만나보면 경험이 쌓인다’는 말을 주변에서 하는데 스토킹 범죄, 가족을 향한 보복 살인까지 일어나는 걸 보면 그건 너무나 무모하다”며 “연애를 쉽게 할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여성 최모 씨도 “누군가 만나기 전에 헤어졌을 때 ‘안전이별(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고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는 일)’할 수 있을까, 남자가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폭력 신고는 총 8만1056건으로, 살인·성폭력·폭행·상해·감금·협박 등 피해 수위가 높은 신고는 75%(6만1133건)에 달했다.
하지만 스토킹 신고가 들어와도 정식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한국형사정책학회 학술지 ‘형사정책’에 최근 게재된 논문 ‘스토킹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 112 신고 분석’을 보면,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112 신고자료 시스템에 입력된 스토킹 관련 신고 2836건 중 형사적 대응이 검토된 신고는 전체의 12.7%였다. 여기엔 상세한 조사를 위해 관할 부서로 인계하는 ‘계속 조사’가 6.6%, 임의동행·체포 등 ‘검거처리’가 6.1%가 포함됐다. 신고 10건 중 6건(60.4%)은 현장 종결 처리됐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에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범이 편집증적 성향에 빠져 있으면 자신이 되레 피해자라고 생각하거나 억울해하는 등 이성적 판단을 못 한다. 스토킹이 강력범죄의 전조가 된다는 연구도 있고 특수성이 있는 만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경찰이 통제하거나 개입하도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여성학 박사)은 “나와 내 가족을 해친다는 느낌을 주는 상대방을 처음부터 만날 여성은 아무도 없다”며 “어느 순간 ‘이 사람은 아닌 거 같다’고 느껴 멀어져야겠다고 판단했을 때 상대방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고 이런 범죄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며 “거리를 두고 싶은데 상대방이 자꾸 의사에 반하게 권리를 침해해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 조사관은 “(이번 사건도)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 범죄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왜, 누가, 이런 범죄를 벌이는 남성들에게 당신이 만나는 여성이라면 당신이 통제할 수 있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가질 수 있게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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