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저녁 식사 앞둔 시기에 혼란 이어져…"밥 한번 먹기 힘들다"
점심·저녁시간에는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백신접종·음성확인을 증명하는 QR코드 시스템이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바람에 많은 시민이 맹추위와 싸우며 출입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방역패스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접종 여부를 확인하느라 업무가 가중됐고, 방역패스 탓에 손님이 줄어 영업이 어려워졌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도 잇따라 나왔다.
방역패스 시행 첫날, 백신 접종 증명 앱 먹통 |
◇ 점심 때 시작된 QR코드 먹통, 저녁까지 이어져…질병청, 결국 사과
점심시간을 앞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전국 곳곳에서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이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백신접종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앱에서도 QR코드 생성이 원활하지 않았다. 식당에 입장하려던 손님 일부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빈 화면만 뜬 휴대전화를 계속 흔들어야만 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쿠브 서버가 있는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용 정상화를 위해 관련 기관들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방역패스 미확인 시 식당 이용 제한 |
하지만 QR코드 먹통 문제는 저녁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저녁 약속 자리로 향한 시민들이 식당 앞에서 난감해하다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밥 한번 먹기 힘들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왔다.
오후 7시께 강남구 신사동의 한 술집 직원 A(29)씨는 "QR코드가 자꾸 켜지지 않아 접종 증명서라도 확인하겠다고 하자 '기분이 더럽다'며 가 버린 손님이 있었다.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뭐 하는 일인가 싶다"며 분개했다.
결국 질병청은 이날 오후 8시께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며 시스템 과부하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데 사과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질병청은 오늘 방역패스 미적용한다는 말을 외출 다 끝난 시간에 발표하나", "과태료도 부과한다더니 이렇게 허술하게 하면 되나" 등 비판이 이어졌다.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
◇ "바쁜 시간대엔 확인 어려운데, 손님 줄기도"…미접종자도 울상
시스템 오류와 별개로 일선 식당과 카페에서는 일손이 부족한 탓에 방역패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인근에서 카레집 개점을 준비하던 아르바이트생 주모(24)씨는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도 저랑 사장님, 둘이서 식당을 본다"며 "주문받고 음식 가져다주는 것도 어려운 시간에 백신을 맞았는지 확인은 안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저녁 시간에도 손님이 몰리는 식당들에서는 직원들이 백신패스를 확인하며 서빙을 동시에 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속출했다.
'방역패스' 적용 첫 날 'QR' 코드 장애 |
반대로 백신패스가 도입되면서 손님이 줄었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나왔다. 오후 7시께 종각역 인근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김치찜 식당 사장 백모(55)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용자도 식사 한 끼, 커피 한 잔도 편히 하지 못하게 됐다며 난감해했다.
피부 질환 악화가 걱정돼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는 손모(30)씨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조심하지만, 이제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지니 하는 수 없이 곧 백신을 맞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부작용 우려 등으로 백신을 맞지 않아 백신패스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총 35만8천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김치연 임성호 홍유담 홍규빈 조다운 이승연 기자)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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