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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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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침공보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막는 '무력 과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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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러시아-벨라루스군의 연합훈련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1962년 10월 22일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소련이 미국 전역에 핵공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기지를 턱밑 쿠바에 건설 중이라고 전 세계에 알렸다.

미사일을 실은 소련 선단이 쿠바로 향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90척의 대규모 함대를 동원해 쿠바의 영해를 봉쇄했다. 핵전쟁을 동반한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는 그러나 케네디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극적 타협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소련이 미사일을 철수한 것이다. 역사에 '쿠바 미사일 위기'로 기록된 사건이다.

최근 친서방 노선을 걷는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59년 만에 다시 대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가 약 10만 명의 병력과 무기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으로 집결시켰고 내년 초 침공을 준비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에서 이뤄지는 군사 이동은 문제 될 게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인근 지역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맞선 정당한 대응이라고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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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주에 배치된 러시아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나토는 2014년 크림병합 사태 등으로 러시아와 대결하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늘리고 흑해에서 연합훈련을 벌이는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군사 충돌 위기가 커지는 와중에 양국 정상이 7일 화상회담으로 담판을 벌였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우려를 표하며 강력한 경제·비경제적 제재를 거론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 해선 안 된다"면서 나토의 우크라이나 진출과 타격용 공격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법률적 보장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서방은 이런 우크라이나를 군사·경제적으로 적극 지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로 역내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지면서 세계의 관심은 침공이 실제 일어날지에 집중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여전히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인근에 배치하며 긴장의 수위를 높인 것은 나토의 우크라이나 진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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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동시에 긴장 고조를 통해 서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양보를 받아내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러시아는 미국 등과 협상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옛 소련권으로 나토가 확장하는 것을 막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진영으로 끌어들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중립국화하기를 원한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푸틴 대통령이 요구한 법률적 보장도 이런 목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선 이미 나토와 유럽연합(EU)이 된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북서부 국경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역사·문화적으로 사실상 동족에 가까운 우크라이나마저 서방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다.

나토군의 공격 미사일이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에 배치돼 목을 겨누는 상황은 러시아엔 차라리 악몽에 가깝다.

러시아의 구상엔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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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돈바스에서도 분리·독립하겠다는 친러 성향 분리주의 반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투쟁하고 있다.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필요하면 언제든 긴장을 높여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완충지대로서 큰 자치권을 누리는 친러 성향 '돈바스 공화국'이 긴요하다.

러시아가 돈바스의 자치권 보장을 규정한 민스크 평화협정 이행을 우크라이나에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위기는 여러모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케 한다.

미국 등 나토가 선뜻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지 않아 협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쿠바 위기 때와 유사한 극적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

계획한 협상술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러시아가 돈바스를 침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70만 명으로 추산되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을 보호하고 나토의 위협에 대응해 자국의 안보 이익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다.

러시아는 2008년 분리·독립하려던 친러 성향 남오세티야를 무력으로 재병합하려던 조지아를 전격 침공해 닷새 만에 굴복시킨 사례가 있다.

러시아가 서방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그동안 강경 대응을 경고한 미국과 나토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국 모두에 큰 타격을 안길 이 시나리오는 러시아도 마지막까지 쥐고 있을 카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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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군사적 긴장 속 장갑차 동원 훈련하는 우크라이나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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